지난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말 SK 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롯데 투수 다익손이 SK 이재원에게 2타점 안타를 허용한 뒤 롯데 투수 서준원과 교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와 한화는 최하위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서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8월들어 두 팀이 나란히 선발진에 실시한 실험은 그 맥락에서 벌어졌다. 새 얼굴들에게 기회를 주는 한편 현재 가진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하위는 피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실험의 모양새는 사뭇 다르다. 롯데는 기존의 자원들로 기용법에 변화를 준 반면 한화는 새 얼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8월 롯데의 화두는 ‘다익손 오프너’였다. 브록 다익손은 SK 시절부터 일정 개수의 투구수를 넘기면 힘이 빠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실제 다익손은 26일 현재 투구수가 1~15구일 때 피안타율이 0.213, 16~30구일 때 0.239인데 반해 31구 이후에는 피안타율이 3할대에 이른다.

롯데는 8월 두가지 고육지책을 썼다. 1일 대구 삼성전에는 경기 초반 2이닝을 박시영에게 맡긴 뒤, 다익손을 3회부터 마운드에 올려 남은 7이닝을 던지도록 했다. 18일 잠실 두산전과 휴식일 후 20일 문학 SK전에서는 다익손이 2경기 연속 선발등판했다. 다익손은 각각 2이닝, 2.2이닝을 던져 ‘오프너’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연속 오프너로 나선 두 경기에서 롯데는 모두 패했다. 다익손도 기존 선발 준비 때와 바뀐 루틴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롯데는 다익손을 다시 일반적인 선발투수처럼 기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롯데의 선발진 운용은 사실상 개막 직전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외인 투수 한 명이 다익손으로 바뀌었을뿐, 장시환과 김원중은 모두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던 이들이다. 시즌 전 불펜이었던 서준원, 부상 탓에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박세웅도 각각 6·7월부터 선발진에 합류했기에 후반기 파격적인 기용과는 거리가 멀다.

한화는 그 반대다. 오프너 등 튀는 투수 기용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발 로테이션 면면이 바뀌었다. 한화는 8월 들어 워윅 서폴드-채드벨 외인 투수 2명에 장민재, 임준섭, 김이환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이 상태에서 채드벨이 허리부상으로 빠지자 좌완 송창현이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한화는 시즌 내내 토종 선발 때문에 애를 먹었으나 5월 이후로는 장민재에 김민우-김범수로 로테이션을 고정했다. 그러나 장민재가 한 차례 부상을 당하고 김민우와 김범수도 경기마다 기복을 보인 끝에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박주홍과 박윤철이 임시 선발로 나서기도 했고, 김진영이 최근 선발투수로 예고되기까지 했다.

시즌 개막 전 선발 후보군에 오르지 않았던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임준섭과 송창현은 2015년 이후 1군에서 선발로 뛴 적이 없고 캠프때도 불펜 요원으로 분류됐다. 신인 김이환도 장기적으로 육성할 자원으로 분류됐고, 김진영은 지난해 선발 경험이 있으니 올해는 지난 21일에야 1군에 등록됐다.

그러면서도 롯데식 ‘오프너’는 아니더라도 선발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선발로 서는 새 얼굴들은 긴 이닝을 던진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과 그 이후 선발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일찍이 정해놓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두 팀의 다른 운용이 시즌 막판, 그리고 다음 시즌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만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