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이석우 기자

 

한화의 제2홈구장인 청주야구장은 미국 프로야구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와 비견된다. 그라운드 크기를 넓히고 담장 높이를 키우면서 악명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홈플레이트에서 가운데 담장 사이의 길이 115m는 국내 프로야구 구장 중 최소 규모에 가깝다.

타자들에게 천국 같은 청주구장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가 제대로 폭발했다. 박병호는 27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화전에서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했다. 그간 프로야구에서 한 타자가 1경기 4홈런을 친 건 이번을 포함해 6차례에 불과한데, 이를 두번 해낸 건 박병호가 유일하다.

박병호는 첫 타석부터 심상치 않았다. 1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선발 좌완 송창현과 볼카운트 1-1 승부를 벌이다, 시속 124㎞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밀어쳐서 선제 투런 홈런을 쳤다. 2-0으로 앞선 3회초 1사 1루 두번째 타석에서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낮은 쪽을 향한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25·26호 홈런을 나란히 터뜨린 박병호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회초 2사 1루에서 송창현의 속구 2개를 파울로 커트해낸 뒤, 시속 137㎞ 속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이번엔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높이가 3m가 넘는 청주구장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겼다.

8회초 네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숨을 고른 박병호는, 9회초에는 아예 공을 청주구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선두타자로 나서 좌완 이충호와의 풀카운트 접전 끝에 높게 들어온 속구를 받아쳤다. 비거리 125m의 솔로홈런이었다. 키움은 박병호의 4홈런 7타점에 8회초 김규민의 3점 홈런 등을 묶어 17안타를 몰아쳐 한화를 15-0으로 대파했다.

경기 전 홈런 선두 제리 샌즈(키움)에 2개 뒤진 홈런 24개로 이 부문 공동 2위였던 박병호는, 하루만에 홈런 4개를 몰아쳐 홈런 28개로 단숨에 2개차 단독 선두가 됐다. 박병호는 프로야구 사상 1경기 4홈런을 두차례 기록한 첫 선수가 됐다. 박병호는 2014년 9월4일 목동 NC전에서 1경기 4홈런을 기록했다. 중간에 볼넷이 하나 있어 4연타석 홈런에는 실패했지만 프로야구 사상 5번째 4연타수 홈런 기록까지 달성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