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강용주에 대한 18년 보안관찰 중단 판결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 회견 참석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승민 기자

23일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강용주에 대한 18년 보안관찰 중단 판결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 회견 참석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승민 기자

“전라도 XX들아, (현수막) 집어넣어” “빨갱이 X들아 꺼져라”

23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별안간 욕설이 들렸다. 이곳에선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55)의 무죄를 주장하는 전남대민주동문회 및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날은 강용주씨의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 4차 공판이 열리기로 한 날이었다.

이 때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던 일단의 시민들이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50·60대쯤 돼 보이는 이들은 근처에서 열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집회에 참석한 이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전라도 XX” 라는 단어와 “빨갱이” “종북” 이라는 말을 섞어가며 욕설을 했다.



강용주씨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으며, 1982년 전남대 의예과에 입학했으나 재학중 대표적인 고문수사 의혹 사건인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이후 보안관찰 대상으로 분류돼 18년간 경찰로부터 보안관찰을 받다 매 3개월마다 해야 하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강용주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욕설을 하는 시민들을 향해 “지나가세요”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되레 비속어를 내뱉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한 현수막을 치우라고도 했다. 한 중년 여성은 긴 장우산으로 기자회견 참석자를 찌를 듯이 들이대더니 별안간 시선을 기자에게로 돌려 “뭔데 촬영을 하냐”며 소리지르고 기자를 찌를듯 장우산을 내밀었다.

실랑이는 2~3분쯤 계속됐다. 기자회견 참석자 중에서도 한 명이 흥분한 듯 실랑이를 벌였다. 소동은 이른바 ‘애국시민’들이 모두 법원 정문으로 들어가고서야 끝났다. 이들은 잠시 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다시 법원 정문 밖을 나서며 “조선민주주의 공화국 만세” 등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자극하는 듯 발언을 했다. 이들은 다시 비속어와 욕설을 내뱉으며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쳤지만 다행히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보안관찰법은 (재판) 당사자 강용주만 옥죄는게 아니라 시민들, 국민들을 옥죄는 것” “20~21세기에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법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보안관찰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이 아직까지도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판을 마치고 오후 2시1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을 방청했다. 이날은 강용주씨 측이 보안관찰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판사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강용주씨 측 변호인들은 강씨를 기소한 근거가 된 조항이 어떤 측면에서 헌법을 위배했는지 약 40분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강용주에 대한 18년 보안관찰 중단 판결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승민 기자

23일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강용주에 대한 18년 보안관찰 중단 판결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