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0)이 최근 불거진 러시아 대표팀 코치의 ‘인종차별 제스처’ 논란에 대해 “해당 제스처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이제 의미를 알았으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 라바리니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예선 A조 첫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지난 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륙간 예선 러시아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두 팀 중 승리하는 팀에게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주는 바람에 올림픽 티켓은 러시아에게 돌아갔다. 경기 직후 러시아 대표팀의 세르지오 부사토 수석코치가 눈을 좌우로 찢는 ‘인종차별 세리머니’를 했고, 이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대한배구협회는 러시아배구협회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청했고, 러시아 협회가 공식으로 사과한 뒤 부사토 코치에게 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문제를 일으킨 부사토 코치는 러시아 대표팀에서 오래 일했지만 라바리니 감독과 같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다만 라바리니 감독은 “지도자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어번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가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유럽인들이 해당 제스처의 의미를 잘 몰랐을 것”이라며 “나도 기분이 좋았으면 비슷한 제스처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사토 코치도 경기를 이기고 올림픽 진출권을 딴 기쁨에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다”며 “특별히 아시아인이나 한국인들을 비하하려는 뜻에서 한 행동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당 제스처의 의미를 알았다. 앞으로 나는 비슷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문제의 세리머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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