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황동일(가운데)이 지난 23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9 부산 서머매치’ 삼성화재전에서 토스하고 있다. KOVO 제공

 

지난 21~24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9 배구 서머매치’. 황동일(33)은 현대캐피탈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 비시즌 중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새로 입은 황동일의 모습은 조금 어색해보이기도 했지만, 앞서 4개 팀(우리캐피탈-LIG손해보험-대한항공-삼성화재)을 거친 황동일은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5번째 팀 적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서머매치 연습 경기 도중 만난 황동일은 “현대캐피탈 특유의 ‘스피드 배구’에 한창 적응 중”이라고 했다. 명세터 출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세터의 빠른 토스를 바탕으로 모든 공격수들이 언제든 공격 준비를 갖출 수 있는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 황동일이 네트 반대편에서 맞상대해본 적은 있지만, 직접 시도해본 적은 없는 새로운 배구를 해 나가고 있다.

황동일은 “코트 안팎에서 세터로서의 자세, 토스의 구질과 스피드 등을 새로운 배구에 맞게 고쳐나가고 있다”며 “옛날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지만 긴 시간을 두고 바꿔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에 합류한 한 달 동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경기대 동기생인 문성민-신영석과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뛰게 돼 감회가 새롭다. 황동일은 “프로 데뷔 후 ‘셋이서 함께 뛰어보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긴 했는데, 현실화될 줄은 사실 몰랐다”며 “팀 합류 후에는 (신)영석이가 영상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렇게 플레이하는게 좋겠다’며 많은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현대캐피탈 황동일. 부산 윤승민 기자

 

최태웅 감독도 황동일에게는 은인 같은 존재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갈 곳을 찾지 못하던 황동일에게 손을 내민 것도 최 감독이다. 황동일은 전 소속팀인 삼성화재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긴 했지만, 이는 다른 구단이 보상선수 유출을 염려하지 않고 황동일을 데려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삼성화재의 조치였다. 황동일은 “한달여 동안 새 팀을 못찾았다. 이대로 선수 생활을 끝내야 하나 싶었다”면서도 “그 때 최 감독님과 현대캐피탈에서 연락이 왔고, 테스트 후 입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노재욱(우리카드)과 이승원을 주전 세터로 키워내는 동안 많은 부분 손을 봤다. 라이트와 세터를 오간 경험으로 경기 도중 토스 대신 날카로운 스파이크를 때려 상대 의중을 찌르기도 하지만 토스는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황동일에게도 최 감독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그러나 황동일은 “감독님은 ‘자아도취하지 말라’는 전제를 다시긴 하셨지만 오히려 ‘장점을 살리라’고도 말씀해주신다. 특별히 공격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하시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황동일의 머릿 속에는 ‘팀에 녹아들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강하다. 황동일은 “이승원, 이원중 등 기즌 세터들과 많은 시간 이야기한다”며 “나는 이 친구들과 경쟁을 하기 보다는 팀이 원하는 배구를 파악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전 잠시 은퇴의 기로까지 내몰리기도 했던 황동일은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며 “이제 배구를 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팀 우승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부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