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제라드 호잉이 지난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 5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이날 두 번째 홈런을 친 뒤 홈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지난 13일 광주 한화-KIA전의 주인공은 은퇴식을 치른 KIA 이범호였지만, 한화의 10-5 승리를 이끈 선수는 제라드 호잉(30)이었다. 1회초 2사 1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쳤고, 5회 1사 1루에서 다시 2점 홈런을 추가했다. 3회 2사 3루에서 기록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포함해 홀로 5타점을 올렸다.

한화 입장에서 더욱 반가운 건 호잉이 이날만 반짝 활약한게 아니라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호잉은 7월들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13일까지 치른 10경기에서 타율이 0.486(37타수 18안타)에 이른다. 월간 타율이 군계일학이다. 7월 한달간 규정타석수(경기 수×3.1)를 채우고 타율 4할을 넘긴 타자는 호잉뿐이다. 월간 타율 2위 김동엽(삼성)의 0.389와도 차이가 크게 난다.

올해 6월까지의 호잉은 지난해 초반 한화의 깜짝 돌풍을 이끌었던 때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6월 하순 초입인 21일까지만 해도 타율이 0.258에 머물렀다. 홈런(9개)과 타점(40점) 모두 20위권에 머물렀다.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인 타자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었다. 주장 이성열의 타격 정확도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중심타선에 꾸준히 배치되는 호잉의 부진이 길어지니 교체 여론까지 일었다.

그러나 6월21일 이후 호잉은 바닥을 찍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21일~7월13일 치른 15경기 타율이 0.474(57타수 27안타)에 이른다. 이 기간 홈런 6개, 타점 15점을 추가했다. 시즌 타율도 어느덧 0.295까지 올랐고, 시즌 홈런 순위도 팀 동료 이성열과 공동 7위(15개)가 됐다. 호잉은 “바뀐 공인구가 미칠 영향을 미리 알았으면 시즌 초반부터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면서도 “홈런을 의식하기보다 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서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성적이 부진한 동안에도 한화 구단은 호잉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한 모습을 높이 샀다. 호잉은 지난해 주로 우익수로 뛰었으나 올해는 중견수까지 겸하며 흔들린 한화 외야 수비를 지탱하고 있다. 땅볼 타구를 친 뒤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도 여전히 선보이고 있다.

부활의 시기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한화의 하위권 추락도 막았을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호잉이 살아났기에 한화는 반등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됐다. 공·수·주 전 분야에서 적극적인 호잉의 모습이 침체된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화는 기대하고 있다. 호잉 역시 “시즌 끝났을 때의 성적을 봐달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