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헥터 노에시.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헥터 노에시.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18 KBO리그 시즌이 3분의 1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나오지 않는 기록이 있다. ‘완봉승’이다.

지난 19일 KIA의 헥터 노에시가 광주 SK전에서 9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헥터의 시즌 첫 완투승이자, 올 시즌 나온 일곱번째 완투였다. 그러나 이날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가 총 225경기 치러진 가운데 완봉승 소식은 아직 없다.

지난해 시즌 전체 720경기를 치르는 동안 완투는 24회 있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올 시즌 완투는 22.4회 나오게 된다. 지난해보다 크게 페이스가 처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완봉승이 9차례 나온데 비하면 올해 완봉승 숫자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력이 크게 떨어진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40.14%였던 선발 대비 퀄리티스타트 비율은 19일 현재 43.11%까지 늘었다. 경기 당 6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도 지난 시즌은 13명, 올 시즌 12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투구수가 조금이라도 많다 싶으면 선발투수를 내리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선발 투수의 투구수는 모든 팀의 관리 대상이긴 하지만, 올 시즌은 그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해진 것 같다. 지난달 13일 두산 조쉬 린드블럼은 고척 넥센전에서 8회까지 무실점하며 투구수를 100개 기록했다. 두산이 12-0으로 크게 앞서 린드블럼이 완봉에 도전해볼 법도 했지만, 두산은 9회말 수비와 동시에 린드블럼을 내렸다.

LG 헨리 소사도 지난달 13일과 26일, 7이닝 무실점 경기를 두 차례 했다. 벤치는 두번 모두 투구수가 100개 미만일 때(96구-98구) 소사를 내렸다. 7회까지 투구수 100개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8회에도 투수를 올리는 게 이상한 타이밍도 아니었다.

완봉을 할 때는 평소보다 투구수가 조금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풀타임 첫 선발로 뛴 KIA 임기영이 완봉승을 두번 했는데, 투구수가 122구-116구였다. 그러나 올해는 평소보다 약간 많은 투구로 완봉의 기회를 주는 대신 다른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늘어난 모양새다. 올 시즌 완투 7회는 총 3개 구단(KIA·넥센·KT)에서만 나왔다. 대다수 구단은 선발투수 관리에 초점을 맞춰 시즌을 끌어가고 있다.

홈런이 늘어난 영향도 있어 보인다. 어느 상황에서 맞든 홈런은 바로 실점과 직결된다. 9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으려면 당연히 홈런을 내줘서는 안된다. 지난 19일 헥터와 지난달 13일 잠실 LG전에 나선 KT 라이언 피어밴드는 완봉 페이스로 투구했지만 홈런 한 방에 실점하며 기록이 무산됐다.

완봉이 사라진 이유는 이런 트렌드들과 관계가 있다. 9회까지 선발 투수를 올리지 않는 것은 벤치의 권한이고, 또 그만한 이유도 있다. 다만 팬들의 볼거리가 줄어든 것 같은 아쉬움도 남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