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장원준, LG 차우찬, 삼성 윤성환(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석우·김기남 기자

이석우·김기남 기자

최근 3년간 쌓인 피로의 여파가 부진으로 나타난 것일까. 지난해까지 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이 올 시즌 아직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첫 시즌을 맞거나 오랜만에 한국에 복귀한 선수들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5~2017시즌 KBO리그 투구 이닝 순위를 보면,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LG 헨리 소사(578.2이닝), 2위는 KIA 양현종(578.0이닝)이다. 이어 SK 메릴 켈리(571.1이닝), 두산 유희관(564.0이닝), 롯데 브룩스 레일리(551.1이닝)가 뒤를 잇는다. 지난 시즌 후 한국을 떠난 에릭 해커(전 NC·505이닝)를 비롯해 윤성환(삼성·548.1이닝), 라이언 피어밴드(KT·519.1이닝), 장원준(두산·518이닝), 차우찬(LG·501이닝)까지 총 10명이 지난 세 시즌동안 총 500이닝 넘게 공을 던졌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현재 다승 1위 양현종(6승)과 평균자책점 1위 소사(1.71) 외엔 개인 성적이 신통치 않다. 켈리(3승2패·평균자책점 4.91), 레일리(1승4패·4.56)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윤성환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9명 중 평균자책점이 6.75로 최하위다. 리그를 대표하던 좌완 차우찬(3승4패·7.48)과 장원준(3승3패·7.71), 유희관(1승3패·8.64)도 평균자책점이 높다. 이들은 16일 현재 규정이닝도 못채웠다.

특히 이들이 자랑하던 이닝소화 능력이 올해 급격히 나빠졌다. 소사와 양현종, 피어밴드를 빼면 경기당 평균 6이닝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유희관과 장원준은 경기당 평균 5이닝도 못채웠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투수도 있다. 켈리는 개막전 등판 후 어깨 부종으로 18일간 1군 엔트리에 빠져있었다. 5월 들어서는 피어밴드가 어깨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뒤 보름 동안 1군에 오르지 못했다. 2015시즌에는 한국에 없어 ‘3년간 최다이닝’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2016~2017 두 시즌 모두 200이닝을 넘겼던 KIA 헥터 노에시도 3승2패·평균자책점 5.29로 에이스의 위용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부진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레일리는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6.2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차우찬도 지난 15일 포항 삼성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한번의 호투로 부진을 털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장원준의 경우 지난달 20일 잠실 KIA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제 페이스를 찾는 듯 했지만, 이후 4이닝 4실점-6이닝 무실점-5이닝 7실점으로 호투와 부진을 거듭하는 ‘퐁당퐁당’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이들의 부진과 크고 작은 부상이 계속된다면 선발 투수의 이닝수 관리 문제가 프로야구 전반의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