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순실·안종범 공판에 이성한·고영태 증인 출석



최순실씨(61)의 국정농단을 폭로한 전 더블루K 이사 고영태씨(41)와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성한씨(45)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 측과 공방을 벌였다. 최씨는 고씨와 이씨를 직접 신문하며 자신을 계획적으로 함정에 빠뜨렸다고 몰아갔지만 이들은 최씨의 국정농단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공판에서 최씨와 변호인들은 증인으로 나온 고씨와 이씨가 돈을 노리고 이번 게이트를 키운 것이라는 취지의 질문들을 이어갔다.

이경재 변호사는 고씨에게 “최씨가 대통령과의 관계가 노출될 것을 우려한다는 약점을 알고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1억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적이 있느냐” “1억원이 뜻대로 안되자 판을 키우려고 폐쇄회로(CC)TV와 문건을 기자에게 제보한 것이냐”고 물었다. 고씨는 “어떠한 협박도 한 적이 없고 그럴 가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광휴 변호사도 고씨를 상대로 더블루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한 노년 여성이 “증인을 왜 그렇게 다그쳐.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소리를 쳤다. 이 여성은 재판장의 제지로 법정에서 나가면서도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고씨는 박근혜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최씨와의 불륜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가원수의 대리인단이 신성한 헌법재판소에서 인격을 모독하고 있어 역겹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는 고씨와 이씨를 직접 신문하며 분개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이 지난해 8월 미르재단의 대기업 강제모금 문제가 언론에 불거진 뒤 최씨가 이씨를 불러 책임을 차 전 단장에게 떠넘기라고 회유하는 대화 녹음파일을 공개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이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최씨는 이씨에게 “쟁점은 이사진들이 어떻게 구성이 돼 있나 이거야. (중략) 이사장을 차 감독이 소개했잖아”라고 했다.

이에 최씨는 “그날 전화기를 분명 고영태의 차에 놓고 왔는데 대체 무엇으로 녹음을 한 것이냐”고 이씨에게 물었다. 이씨는 “전화기가 아니라 녹음기가 주머니에 있었다”고 답했고, 최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완전 계획적으로 (녹음)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가 “회유를 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이씨는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전체적인 맥락을 못 알아듣겠습니까”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고씨는 최씨가 노승일 부장 등 측근을 K스포츠재단에 추천해 재단을 장악하려 했다고 주장하자 “재단을 장악하려면 이사장이나 사무총장을 꽂아야지 말단 직원을 넣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맞섰다.

고씨와 이씨는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강제모금과 운영에 관여했고, 박근혜 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고씨는 “제가 지켜본 결과 (최씨는) 청와대도 자주 왔다갔다 하고 마치 청와대 비서들이 (최씨의) 개인 비서처럼 일했다”고 했다.





<이혜리·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