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순실·안종범 공판 증언…직원 해임 등 관여 주장도 나와“VIP 지시”
ㆍ청와대 문건엔 최씨 더블루K와 연계 정황 담겨
ㆍ노승일 “최씨, 기금 1000억원·삼성 계약할 회사 물색 지시”


법정으로… 특검으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과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증인과 피의자들이 잇따라 출석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최순실씨가 각각 증인과 피고인으로 법원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의자로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정지윤·이석우 기자·연합뉴스

K스포츠재단을 실제로 만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재단 내부의 증언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임직원의 해임이나 재단과 최순실씨 회사 더블루K와의 연계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88억원의 출연금을 대기업에서 모금한 K스포츠재단은 재단 기금을 1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판에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57)은 “재단을 만든 사람은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이사장은 “당시 국정과제가 문화융성과 한류세계화였고,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단 운영 과정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확인을 받으려는 취지였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 전 이사장은 “최씨가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본다”며 맞다고 인정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씨 지원을 보고받았다는 문건도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명의의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 전면 개편 방안’ 문건에서는 “VIP(박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에 대한 전면 개편 방안을 보고드림”이라고 적혀 있다. 내용에는 “K스포츠재단의 운영 지원과 컨설팅을 위해 더블루K와 연계해 체계적인 클럽 시스템 구축”이라고 돼 있다. 이 문건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컴퓨터에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 임직원 해임에도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전 수석 측 홍용건 변호사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해임에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은 (대통령 때문에) 부득이하게 정 전 사무총장에게 그만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완곡하게 말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 사무총장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해 안 전 수석이 ‘그래도 이사직은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대통령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가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아 K스포츠재단 기금을 1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이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41)의 집에서 압수했다며 공개한 ‘K스포츠재단 회의록(2월18일)’을 보면 “재단 기금 1000억원 규모까지 될 수 있도록”이라는 내용이 ‘재단에서 할 일(사무총장에게 전달 바람)’ 항목에 적혀 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 부장은 “기업들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는 방법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K스포츠재단 관련 회의도 최씨가 주도해 더블루K 사무실에서 열렸다고 노 부장은 밝혔다. 노 부장은 “더블루K는 사업 계획을 짜는 헤드(머리), 재단은 자금을 대는 몸통이었다”고 법정에서 설명했다. 

노 부장은 삼성이 최씨의 코어스포츠 회사에 220억원을 지원하고,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줬다가 되돌려받은 과정에도 최씨가 개입했다고 말했다. 노 부장은 “2015년 8월 최씨가 삼성과 빨리 계약해야 한다며 독일에 가서 페이퍼컴퍼니를 알아보라고 했다”며 “(지난해 6월) 고영태씨가 최씨에게 확인한 뒤 롯데에 큰 문제가 있으니 빨리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혜리·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