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훈련하는 포수 정상호.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의 지난해 당면과제 중 하나는 주전 포수였다. 양의지(NC)를 뒤를 받쳤던 ‘주전급 백업’ 박세혁이 있었으나 진짜 주전이 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박세혁은 우려를 씻어냈고 두산의 정규시즌 역전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타뿐 아니라 투수진을 이끌었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두산 안방은 새 과제를 안았다. 박세혁의 팀의 주전이자 국가대표 포수로 자리잡은만큼 걱정이 지난해만큼 급하지도, 크지도 않다. 하지만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박세혁의 뒤를 누가 받쳐주느냐가 또다른 고민거리다.

박세혁은 지난해 포수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71.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1000이닝 넘게 포수로 뛴 선수는 박세혁과 이재원(SK), 최재훈(한화) 등 3명뿐이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10구단 체제에서도 1000이닝 포수가 매년 나오는 건 아니다. 2018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세혁은 여기에 대표팀 포수로 ‘2019 프리미어 12’에도 참가했다. 대표팀 주전은 양의지였으나 다른 포수들보다 휴식시간이 부족했던 건 분명하다.

두산도 올해 박세혁의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지난해는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는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자리잡게끔 김태형 감독이 때로는 모질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박세혁이 경기 도중 교체되거나 다른 포수가 선발 마스크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올해는 같은 방식으로 기용하면 더 지치고 부상당할 우려도 있다.

체력 안배의 노하우는 있다. 두산은 2018년에도 주전 포수 양의지를 가끔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고 그 경기에 박세혁에게 선발 포수를 맡기는 식으로 체력을 관리했다. 관건은 백업 포수가 어느 정도 기량을 발휘해주느냐다.

후보는 크게 세 명이다. 지난해에도 두산의 백업 포수였던 장승현과 이흥련에 유력후보 한 명이 더해졌다. LG에서 방출됐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정상호다. 장승현과 이흥련은 두산의 안방을 두텁게 해 줄 자원으로 매년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해 많이 기용되지는 않았다. 박세혁이 해줬던 ‘주전급 백업’ 역할을 하기엔 아직 모자란다.

두산은 올해 38세를 맞이한 정상호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플레잉 코치’가 되길 원하면서도 기존의 백업 요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경쟁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비록 LG와의 4년 동안에는 부상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정상호는 백업 포수 후보군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만약 캠프를 치르고나서도 어느 후보든 백업으로 충분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두산은 더 많은 고민을 안은채 포수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 박세혁이 1년 전의 투혼과 희생을 발휘하리라 장담하기 힘든 만큼 백업 포수들의 기량 향상은 당면한 과제가 됐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