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에 새로 합류한 김문호(왼쪽)와 정진호가 훈련 전 몸을 풀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좌익수는 보통 중견수보다는 수비범위가 좁고 우익수만큼 강한 어깨가 필요치는 않다. 대부분의 팀은 좌익수에게 수비보다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한화는 그 좌익수 자리에 적임자가 없는 채 몇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한화의 주요 지표 중 심각하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좌익수 관련 지표는 더욱 티가 났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 선발 좌익수의 팀 타율은 0.235, OPS는 0.618로 최하위였다. 좌익수 타율 9위(두산·0.274), OPS 9위(SK·0.706)와의 격차가 꽤 컸다. 공격력이 중요한 포지션에서 팀 공격에 전혀 보탬이 안됐다.

한화는 좌익수 수비이닝이 300이닝이 넘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는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지난해 한화 외야가 전반적으로 적임자를 찾지못해 우왕좌왕했지만 좌익수는 특히 심했다. 한화는 스프링캠프에서 중견수 정근우-좌익수 이용규 카드를 구상하고 시즌을 맞이했지만 이용규의 이탈에 정근우의 부진과 부상, 얇은 선수층 문제가 겹쳐 말그대로 ‘돌려막기’에 급급했다.

지난해 한화 좌익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최진행(267이닝)이다. 지난해 45경기에서 타율 0.231, 6홈런에 그치는 등 존재감이 미미했음에도 그보다 오래 좌익수를 봤던 선수가 없었다는 데서 심각성이 드러난다. 그밖에 장진혁(265이닝), 김민하(257.2이닝), 양성우(231.1) 등이 번갈아 좌익수 자리에 섰지만 끝내 적임자를 찾지는 못했다. 좌익수 경쟁은 올해로 넘어갔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견수 자리까지 흔들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견수 이용규-우익수 제라드 호잉의 자리는 큰 부상이 없는 이상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여유는 없는데 경쟁자는 오프시즌 더 늘었다. 정진호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넘어왔고, 새해 첫 달에는 롯데에서 방출된 김문호가 가세했다. 김문호는 1루 수비 훈련도 겸하고는 있지만 외야 주 포지션은 좌익수다. 정진호는 좌·우익수를 겸할 수는 있지만 수비보다 공격에 비교우위가 있어 역시 좌익수에 적합하다.

김문호와 정진호에 최진행, 장진혁, 유장혁까지 지난해 좌익수를 놓고 경합하던 3명도 1군 캠프에 있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을 인정받은 장진혁을 빼면 최진행이나 2년차 유장혁도 아직 외야 다른 자리로 옮기긴 어렵다. 한화는 이들의 경쟁이 좌익수 적임자를 찾는 최선의 해답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경쟁이 무조건 최선의 결과를 담보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선수 한 명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 좌익수를 한 명이라도 만들어내는 게 캠프의 목표가 돼야 한다. 최진행과 김문호는 풀타임 좌익수로 뛴 경험이 있긴 하지만 최근 2~3년간에는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은 풀타임 주전으로 뛴 경험이 전무하다. 이들의 강점을 살리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병술까지 한화에게 필요한 상황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