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대한항공,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선수들. 연합뉴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휴식기에 일찌감치 돌입한 여자부에 이어, 프로배구 남자부도 성탄절 한국전력-우리카드전을 끝으로 전체 6라운드 중 3라운드 일정을 마쳤다.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가 1~2라운드 기대이상 선전하며 상위권 판도에 새 바람을 일으켰으나 결국 반환점을, 봄배구 가능권인 1~3위로 통과한 팀은 대한항공-우리카드-현대캐피탈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나란히 ‘3강’을 이뤄 막바지까지 선두다툼을 벌였던 세 팀은 올 시즌엔 예상과 조금씩 벗어난 행보를 거쳤으나 결국 다시 나란히 순위표 상단에 나란히 섰다.

반환점 성적표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눈에 띄지는 않으나, 사실 3강이 걸어온 길은 시즌 전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현대캐피탈의 부침은 그 중 눈에 띄게 컸다. 외인 공격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발목 부상으로 개막 2경기만에 짐을 싼 데 이어 문성민까지 2라운드 들어 발목을 다쳐 3주를 쉬었다.

현대캐피탈은 새 외인 다우디 오켈로 합류 이후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지난 11월24일 천안 OK저축은행전에 다우디가 합류한 이후 현대캐피탈은 7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7승은 모두 3-0 완승이었고, 한번의 패배 마저도 선두 대한항공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것이었다. 2라운드를 5위로 마쳤던 현대캐피탈은 한달새 승점 22점을 챙겨 선두와 승점 3점차, 2위와 승점차 없는 3위까지 수직상승했다.

우리카드의 선전도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지난 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 특급 외인 리버만 아가메즈의 공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와 재계약했으나 허리통증을 호소해 교체했고, 개막 직전 영입한 펠리페 알톤 반데로도 종아리 부상 탓에 보름 이상 빠지는 악재를 만났다. 그러나 대표팀에 차출된 레프트 나경복과 리베로 이상욱, 지난 시즌 신인왕 황경민과 한성정 등 젊은 선수들의 기대 이상 성장 속에 우리카드는 2라운드 고비를 넘기고 상위권을 유지했다.

선두 대한항공은 곽승석-정지석 듀오가 건재한 가운데 새 외인 안드레스 비예나도 한국 무대에 연착륙했으나, 이들의 공격을 지휘할 세터 한선수의 부상이라는 예상 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한선수는 지난 11월10일 손가락 미세 골절 부상을 당한 뒤 한달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올 시즌 영입한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관록을 발휘하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며 선두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 ‘3강’은 내년 1월 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남자배구 대표팀에 주축 선수들을 여럿 보냈다. 남자배구는 대표팀 소집 기간에도 경기를 치르기에, 이들 팀의 대표팀 차출 공백이 순위 싸움에 변수로 예상됐다. 그러나 3명이 차출된 현대캐피탈, 2명이 빠진 우리카드는 외인 공격수와 남은 대체 선수들의 분전 속에 대표팀 소집 이후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대한항공은 한선수 포함 4명이나 대표팀에 빠졌지만 선수층의 두께는 두 팀 못지 않은데다 비예나가 공격을 책임져줄 수 있다. 곧 4라운드에 접어들어서도 3강이 굳건히 선두권을 지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4·5위로 처진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이 다시 반등해 순위권을 다시 흔드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