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한화 박정진.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16 시즌 한화 박정진.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17시즌 KBO리그에서 삼성 이승엽·NC 이호준의 은퇴투어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창한 행사는 없었지만 한화 조인성과 KIA 최영필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들이 퇴장하며 1990년대 말 시즌을 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남게 됐다.

27일 현재 KBO리그 각 팀의 보류선수들 및 자유계약선수(FA) 중에서 최고령은 1976년생 박정진(41·한화)과 임창용(41·KIA)이다. 

고졸 임창용은 1995시즌부터, 대졸 박정진은 1999시즌부터 각각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들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 프로생활을 시작한 또래 선수들은 올해 대거 은퇴했다. 이호준·이승엽은 1976년생, 2017시즌 최고령 투수 최영필은 1974년생, 최고령 야수 조인성은 1975년생이었다. 

이로써 20세기에 국내 프로야구 선수로 뛴 선수들은 거의 남지 않게 됐다. 박정진과 임창용 외에 1980년생 kt 이진영·김사율, 그리고 LG에서 방출된 정성훈이 1999시즌 데뷔했다. 이들보다 한 살 많은 1979년생 삼성 박한이, LG 박용택은 대졸이라 2002시즌에 데뷔했다. 1980년생 고졸 LG 봉중근, 롯데 송승준은 고등학교에서 미국으로 바로 진출했다. 동갑인 삼성 권오준은 1999시즌 1군 기록이 없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중흥기 직후 프로야구의 침체기를 함께 겪었다. 1995시즌 540만명이 넘던 관중수는 1998시즌 264만명으로 반토막났다. ‘IMF시대’가 찾아왔고, 박찬호의 메이저리그(MLB) 활약이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젊은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기쁨과 기대감을 줬다.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처음 도전한 시즌이 1999시즌이다.

임창용은 1997시즌부터 세 시즌동안 26-34-38세이브를 기록해 당대 최고의 마무리가 됐다. 정성훈은 데뷔 시즌 108경기에서 2할9푼2리로 활약해 이종범이 떠난 해태 내야진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쌍방울과 롯데·한화에서 지명한 지역 연고 선수 이진영·김사율·박정진은 홈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이들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선수들과 팬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정성훈은 리빌딩을 앞세운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고 다음 시즌에 뛸 새 팀을 찾고 있다. 이진영은 2015시즌 후 LG의 4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돼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겼다. 임창용과 박정진은 여전히 불펜을 지키고는 있지만 예전 특급 마무리와 핵심 불펜의 위용은 빛이 바랬다.

2016 시즌 LG 정성훈.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16 시즌 LG 정성훈.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