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검찰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마무리

<b>질문 받는 박영수 특검</b>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사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 받는 박영수 특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사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특수본 출범 45일 만인 11일 막을 내렸다. 검사 44명을 포함해 185명의 인력을 투입한 특수본은 지금까지 피의자·참고인 등 412명을 조사하고 기업·재단 등 150곳을 압수수색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를 벌였다. 특수본은 2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기고 앞으로 법원에 넘긴 피고인 11명의 재판을 위해 공소유지팀으로 전환했다.

■ 박 대통령 잡은 녹음 파일과 수첩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입증할 총 236개의 녹음 파일을 복원했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 취임 후 생성된 녹음 파일은 12개(28분 분량)다.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와 나눈 대화가 8개(16분10초)로 국정운영에 대한 최순실씨의 조언이 대다수다.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대화는 4개(12분24초)로 ‘대통령의 업무 지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만들어진 녹음 파일은 224개다. 이 중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3자 대화’ 녹음이 11개(5시간9분)다.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씨가 오래전부터 막후에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해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 “녹음 파일은 (특수본 소속)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특수1부 부장검사만 청취했다”며 말을 아꼈다. 녹음 파일은 고스란히 특검에 넘겨졌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최순실 국정개입’ 녹음파일 12개 확보

정 전 비서관은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미국 구글사의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최씨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이 이 계정에 로그인한 뒤 문건을 올린 다음 최씨에게 “보냈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최씨가 이를 확인하는 식이다. 문건 전송을 알리기 위해 정 전 비서관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확인된 것만 237개다. 이 중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만 180건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 사이 최씨와 895회 통화하고 1197회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사항’을 깨알같이 적은 수첩도 특검에 넘어갔다. 안 전 수석 자택과 청와대 등에서 발견된 그의 수첩은 총 17권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수첩 1권당 30쪽씩 510쪽 분량이다. 수첩마다 앞면부터는 청와대 공식회의 내용을 적고, 뒷면부터는 박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만 별도로 기재했다. 수첩에 적힌 글은 모두 안 전 수석의 자필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 세월호 7시간 등도 특검 인계

검찰은 삼성·SK·롯데 등 대기업이 연루된 뇌물죄 의혹과 관련된 수사기록을 특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개입·방조한 혐의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을 다룬 수사 자료도 함께 이관했다. 검찰은 최씨의 단골병원 원장인 김영재씨와 박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씨, 차움의원 등을 둘러싼 의혹 관련 자료도 특검에 넘겼다. 막판에 검찰은 최씨가 포스코 홍보관 공사 등 일부 대기업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추가로 포착했는데 이 부분도 특검의 몫으로 남았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눈치를 살피면서 수사 속도 조절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5일 이 사건을 부동산·건설 비리와 경찰 송치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그로부터 3주 뒤 김수남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특수본이 출범했다. 개편 직후 이영렬 특수본 본부장은 박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대해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못돼 “대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특수본 관계자는 11일 수사를 종료하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