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 ‘가중처벌 의결’ 무색

지난 15일 강남역 등 서울 시내 4곳에서는 가면을 쓴 대학생 13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동시다발 집회를 벌였다. 앞선 11·12 촛불항쟁 현장에서도 다양한 가면을 쓴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9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복면착용 시위 참가자의 가중처벌을 의결했지만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은 늘고 있다. 

15일 시위에서는 주최 측이 눈·코 부분을 가린 흰색 가면을 준비해 배부했다. 집회를 주최한 ‘숨은주권찾기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16일 “가면은 주권을 잃은 국민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가면의 익명성이 활발한 토론을 끌어내고 동질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자체가 ‘가면 시위’로 계획됐던 이날뿐 아니라 촛불항쟁 등에도 가면을 쓴 시민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난해 말 여당에서 발의했던 ‘복면금지법’ 논란 이후 가면은 풍자의 기능을 더 얻게 됐다. 정부가 가면 착용을 불법으로 몰아가면서 가면에 ‘정권에 대한 저항’이라는 상징이 추가된 것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가면 착용을 금지했던 독재 정권에 반대해 주인공 ‘브이’의 가면을 쓰고 거리에 나섰던 다수 시민들을 연상케 한다. 

한국사회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장 퇴진을 요구하던 이화여대 학생들이 가면을 썼던 것처럼 인터넷에서의 인신 공격 등 얼굴이 공개됐을 때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주대 노명우 교수(사회학)는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낙인 효과, 혐오문화 현상이 취업·학업 문제에 놓여 있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면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