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재밌겠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이날 키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김규민은 오른손에 테이핑을 하며 짧게 읊조렸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선발등판을 준비하는 이승호도 더그아웃 냉장고에서 물병을 주워담는 동안에도 “작년보다 떨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히어로즈 선수들에게서 긴장하는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서 저 혼자만 긴장한 것 같다”고 한 장정석 키움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의 모습은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2시 경기를 맞아 선수들은 평소처럼 오전 11시쯤 그라운드에 등장해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해 히어로즈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총 10경기를 치르며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들이 대부분 올해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베테랑 선수들은 정규시즌을 치르면서도 ‘지난해 가을야구를 경험한 뒤로 어린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말해왔다. 키움 주장 김상수는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모두 생각하는 건 성숙하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은 단순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키움은 2010년대 중반부터 강점으로 뽑혀온 타력을 올해도 유지하며 마운드 안정화를 이뤘다. 최원태·이승호 등 영건들이 선발진에 자리잡으면서, 불펜도 한층 안정됐다. 한현희를 필승조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로 뛴 오주원도 제 몫을 했다. 그러면서 가을야구 첫 판 불펜 기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키움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을 내리고 조상우를 투입했다.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키움은 이 때가 승부처라고 봤고, 조상우는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처리하며 승부처를 잘 넘겼다. 결과적으로 키움이 9회말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으로 1-0 승리를 거두면서 맞는 판단이 됐다.

조상우가 위기 상황에 올라 급한 불을 끄는 장면 자체는 수년 전부터 있던 일이지만, 조상우를 단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린 것은 이전 히어로즈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경기 후 장정석 감독은 “불펜투수들이 한 번 이닝을 끝마친 후, 다음 이닝에 다시 등판할 때 기록이 좋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기용 근거를 설명했다.

다만 불펜이 양적으로 풍족해졌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조상우의 ‘원포인트 기용’도 가능했다. 장 감독은 “연장 10회초로 들어갔다면 한현희를 첫 타자 채은성만 상대하고 빼려고도 했다”며 “10회는 투수 2명 이상으로 막을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성민·이영준, 롱맨 김동준, 사이드암 양현, 지난해 불펜의 조커로 깜짝 기용됐던 강속구 투수 안우진 등 풍족해진 자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