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승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들과 셀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어우두’. 지난해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거머쥐며 KBO리그 최강팀의 면모를 재확인한 두산을 향해 붙은,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문구의 줄임말이다. 오프시즌 시작 전에 안았던 물음표가 새해들어 대부분 마침표로 바뀌며 두산은 2연속 우승 도전 꿈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지난 8일 외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옵션 포함 최대 총액 9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수비에서의 기여도가 크지 않고, 홈런포 생산이 조금 처진다는 점 등의 약점이 있음에도 지난해 리그 최다안타(197개)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수준급 타자를 두산은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페르난데스의 재계약은 김재환의 두산 잔류가 확정되면서 마무리됐다. 김재환은 지난해 말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으나 마감 시한까지 메이저리그 계약에 실패했다. 선수 개인에게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당장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5홈런으로 한 해 전(44홈런)보다 홈런수가 급감했지만, 김재환은 타격 밸런스만 잘 유지한다면 여전히 리그 최고 타자로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당시의 타선 진용을 거의 그대로 갖췄다. 타선의 전력 유출이 없다는 점만 놓고 보면 최근 몇년에 비해 상황이 좋다. 두산은 2015시즌 후 김현수(LG)가 미국에 진출했고, 2017시즌 후 민병헌(롯데)이, 2018년 후 양의지(NC)가 각각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그에 비하면 2020시즌을 앞두고 김재환과 페르난데스가 모두 잔류하며 주축 타자들이 모두 남은 채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2020시즌을 마치고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린다는 점은 악재다. 그러나 다가올 시즌만 놓고 보면 FA 자격을 얻기 직전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선수들이 대거 활약하는 모습, 이른바 ‘FA로이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 공인구 변화 때문에 타자들의 밸런스가 흐트러지며 두산 타선이 동반 침체를 겪기도 했지만, 한 시즌 적응기를 마친 두산 타선이 정규시즌 역전우승 당시의 집중력을 되찾으리란 기대가 더 크다.

2년간 도합 62승을 합작한 외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과 세스 후랭코프가 빠진 건 아쉽지만, 두산은 새 외인 듀오 크리스 프렉센-라울 알칸타라로 공백을 메운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KT에서 11승(11패)을 거두며 한국 무대 적응기를 이미 마쳤고, 강속구가 장점인 프렉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기대를 받던 투수였다. 둘은 지난해의 두산 원투펀치보다 나이가 젊어 올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두산은 기대하고 있다.

넓은 잠실구장의 외야와 탄탄한 두산의 내·외야 수비진을 등 뒤에 둔 두산 새 외인 투수들의 적응을 도울 든든한 우군이다. 외인 투수들이 기대 이하로 흔들리더라도 이영하와 이용찬, 유희관 등 선발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줄 투수들이 두산엔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 풀타임을 소화하면 FA 자격을 얻는 이용찬과 유희관이 분전한다면, 매년 위기론과 마주했던 두산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