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 이석우 기자

 

2018년 3위, 2019년 9위. 큰 전력유출 없이도 성적이 1년새 급전직하한 한화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새해 키워드를 ‘건강’으로 삼았다.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개막과 동시에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시즌아웃된 유격수 하주석의 부재는 한화의 내야 수비뿐 아니라 마운드 불안의 원인으로까지 꼽혔다. 하주석만큼 장기결장한 선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주축 선수들도 대부분 한차례씩 부상 탓에 2군을 오갔다. 외인 채드벨과 제라드 호잉뿐 아니라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한 장민재, 타선의 핵이었던 이성열, 이밖에 송광민, 정근우와 오선진 등도 부상에 시달렸다.

이들을 대체할만한 자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육성에 크게 투자하지 못했던 탓에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던 데다,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당장 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화는 보고 있다. 한화는 정민철 단장 부임 이후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부상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선수들의 몸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 새 시즌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최원호 2군 감독을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결정된 일이다. 최 감독은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있으면서 ‘투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운동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재활전문가’이기도 하다. 최 감독 영입을 결정한 정민철 단장은 “1군 전력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2군 선수들이 건강하게 투입될 수 있게 하자고 최 감독과 이야기했다”며 “현장에서도 선수들이 과하게 소모되지 않아야한다는 점을 선수단이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화는 2군과 재활군이 뛰는 서산전용구장에 랩소도, 블라스트모션 등 최신 장비를 들였다. 여기에 보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부상 방지 교육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컨디션 관리도 선수들의 기용횟수를 조절하는 방식 이상으로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있다. 선수들의 부상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한화는 2군뿐 아니라 1군 코칭스태프들, 특히 컨디셔닝 파트의 육성도 2군에서 갖출 시스템 아래 진행할 방침도 세웠다. 지도자가 바뀌어도 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육성 및 선수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시스템 구성과는 별개로 선수들은 ‘체중 감량’이라는 과제를 소화했다. 한용덕 감독이 마무리캠프 기간 투수들을 중심으로 체중 감량을 주문했고, 선수들은 이에 따랐다. 지난해 전반기의 활약을 후반기에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샀던 투수 장민재, 선발 후보군에 꼽혀 기회를 얻었지만 자리를 지키지 못한 우완 김민우가 감량행렬에 동참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프로 1군의 쓴맛을 봤던 변우혁, 노시환도 몸무게를 줄였다.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군살을 줄이는 게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팀이 공을 들이는 새 시스템과 궤를 같이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