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국적'을 상징하는 '그린북'(Green Book). (http://ctablog.tibet.net)



ㆍ작년 8월 시민권 허용 전까지 무국적자… 토지 소유도 제한
ㆍ젊은이들 “생활 위해 시민권” 노년층 “정체성 포기” 갈등도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인도 총선은 티베트인들에게 역사적인 선거가 됐다. 1959년 달라이 라마의 망명 이후 55년 만에 인도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처음 참여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인도 선거위원회는 1950~1987년 인도에서 태어난 티베트인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지난해 8월 카르나타카주 대법원이 인도 시민권법에 따라 티베트인들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선거에 참여한 티베트인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일간 더힌두가 전했다.


1959년 3월 독립을 요구한 티베트 민중봉기가 중국의 진압으로 실패한 뒤 티베트인들은 각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많은 티베트인들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망명했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중앙 티베트 행정기구(망명정부)가 설치됐다. 이후 달라이 라마가 살고 있는 인도는 고향을 떠난 티베트인들의 근거지 역할을 해왔다. 해외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약 90%가 다람살라와 델리 등 인도에 모여살고 있으며, 중국에 살다 망명길에 오르는 티베트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인도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티베트인들의 처지는 불안하다. 망명정부는 티베트인들에게 국적을 증명한다는 의미로 ‘그린북’을 발급하고 있지만, 망명정부에는 티베트인들을 보호할 법적인 방법은 없다. 인도가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티베트인들은 공식 난민 지위를 얻을 수도 없다. 이들은 인도 정부로부터 외국인등록증명서를 받고, 최대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인도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는 ‘무국적자’여서 토지 소유권, 취업 기회는 제한되며, 정치적인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인도 시민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났으니 인도 시민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티베트인 초걀은 “티베트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순위지만, 생활을 하려면 인도 시민권이 필요하다”며 “티베트 독립에 대한 논쟁은 어른들의 유산일 뿐”이라고 힌두스탄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노년층들은 시민권 취득이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티베트의 시인이자 활동가 텐진 춘데는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충성과 특권을 잃는 것”이라고 알자지라방송에 말했다.

힌두어와 영어로 된 방송들 때문에 티베트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권을 포기하면 인도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인도 내무부가 총선 시작을 앞두고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는다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망명정부 관계자는 인도 주간지 오픈에 “사람들에게 시민권 취득을 격려할 수도, 단념시킬 수도 없다. 개인이 선택할 일”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