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자인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왼쪽)와 그의 부인 이리아나가 9일 수도 자카르타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를 마친 후 투표를 인증하는 도장이 찍힌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카르타 _ AP연합뉴스





ㆍ7월 대선 전초전 성격… 투쟁민주당·골카르당 선두 경쟁

ㆍ제1야당 선거전 이끌며 정계의 샛별로 인기몰이

9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총선이 시작됐다. 유권자 1억8600만명이 투표에 나서는 대규모 선거로, 국회와 지역의회를 통틀어 2만석의 주인이 가려진다.

특히 이번 총선은 오는 7월 열릴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총선과 다가올 대선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인물은 자카르타 주지사인 조코 위도도(52)다. ‘조코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위도도는 지난달 14일 제1야당인 투쟁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당초 투쟁민주당에서는 당 대표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는 직접 나서는 대신 정계의 샛별인 위도도와 손잡고 ‘킹메이커’가 되는 쪽을 택했다. 

자와틍아주 수라카르타(솔로) 태생인 위도도는 2005년 솔로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시장이 될 때만 해도 가구업자 출신인 그의 행정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으나, 취임 1년 만에 위도도의 위상은 싹 바뀌었다. 지저분한 전통시장을 고쳐 상업중심지로 만들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길이 7㎞ 보도를 놓고, 버려진 공원을 살렸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대화를 도입해 새로운 행정모델을 만들었다. 시민 전원을 의료보험에 가입시켰고, 불법 벌목을 없앴다. 이런 노력이 언론을 타면서 인구 52만명의 중소도시 솔로를 이끌던 위도도는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자바의 정신’이라는 슬로건하에 솔로의 역사문화 유적을 개발해 솔로는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가 된 뒤에도 위도도는 정기적으로 자카르타 주변 빈민가를 방문했다. 공무원들이나 주민과의 회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은 권위적인 기존 군부 출신 정치인들과 대비됐다. 부패와는 거리가 먼, 깨끗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비슷한 외모와 스타일, 셔츠 차림이 상징하는 격의 없는 모습으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도 불리게 됐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위도도를 ‘2014년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50인’에 선정했다. 지난해부터는 가상 대선주자 지지율 설문에서 1위를 거의 매번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조차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조코위가 당선된다면 그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하원 의석 20% 이상을 확보하거나, 총선 전체 정당 투표에서 25% 이상을 얻은 정당(혹은 정당 연합)만이 대선 후보를 공식 등록할 수 있다. 각 정당은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 전략을 결정한다. 총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투쟁민주당이 위도도를 대선주자로 지명한 것은 그의 인기를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도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투쟁민주당 지지율은 37%에 이르렀다. 반면 집권 민주당의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물가 상승과 부패에 국민들이 실망한 탓이다.

현 집권 민주당이 힘을 잃으면서, 수하르토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집권당이던 골카르당이 투쟁민주당과 원내 제1당을 놓고 겨루는 상황이 됐다. 골카르당은 노년층의 ‘수하르토 향수’를 부추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