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선 최종 집계서 53% 득표… 민주선거로 첫 정권교체
ㆍ군부·엘리트 부패 끊고 민주화·경제성장 이룰지 기대

조코 ‘조코위’ 위도도가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선거에 따른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 서민 정치인, 개혁파 정치인으로 인기몰이를 한 조코위가 당선되면서 정치·경제 개혁을 본격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치러진 대선 최종 집계 결과 투쟁민주당 후보 조코위가 득표율 53.15%(약 7000만표),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득표율 46.85%(약 6200만표)를 기록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버락 오바마의 뒤를 따르게 됐다. 무명의 젊은 정치인에서 일약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22일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양 후보 지지세력 간의 충돌에 대비해 전국에 경찰 25만명이 배치됐다. 옛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지지세력들이 폭력 사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프라보워는 대선 결선투표 직후에도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더니, 지난 20일엔 부정선거 정황이 발견됐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코위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22일 대선 결과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해 빈축을 샀다.

중부 자바의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조코위는 2005년 인구 52만명의 중소도시 수라카르타(솔로) 시장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서민·빈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는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행정개혁으로 인기를 얻어 2010년 선거에서는 무려 90%의 지지율로 재선됐다.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가 됐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과거 수십년간 인도네시아 집권자들은 군 출신 혹은 유력 가문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조코위의 당선은 인도네시아 정치문화에서 구세대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조코위를 지지하며’라는 사설에서 “그의 승리는 곧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이 그를 선택함으로써 다양성과 인권, 시민사회 중심의 가치를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프라보워를 비롯한 군부 출신 정치인들은 수하르토 시절 고문과 학살 등 인권탄압을 자행했음에도 대부분 처벌을 피했고, 민주정부 출범 뒤에도 정계와 재계 실력자로 군림하며 부패를 저질러왔다. 이번 선거는 이들 기득권층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조코위가 경제를 살리리란 기대도 크다. 엘리트들의 정경유착과 부패는 인도네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정부가 2011년에만 부패로 2조1300억루피아(약 1900억원)를 손해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코위는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유연한 ‘실용주의자’로서 성장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해외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조코위가 부패를 없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득권층 인맥이 없고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 정부 장악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전국 규모의 정치·행정 경험이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