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브릭스 정상회의 통해 세계 외교무대 데뷔
ㆍ“8% 경제성장 회복” 모디노믹스 시동…군 강화 노력
ㆍ중국과 ‘아시아 맹주’ 경쟁…힌두민족주의엔 우려

“전 세계가 인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0일 2014년 예산안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12억 인구에 세계 4위의 국내총생산(GDP), 인도는 이미 경제대국이다. 세계의 관심은 인도가 아시아의 패권을 잡을 새로운 지역의 강자로 나설 것인지에 쏠려 있다. 정치인이라기보다 ‘행정가’로서 경제를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며 주변국과의 대결을 피해온 전임자 만모한 싱과 달리 모디는 노골적으로 ‘강한 인도’를 내세우고 있다.

■윤곽 드러난 ‘모디노믹스’

모디는 3~4년 내 연간 경제성장률을 다시 8%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국방·보험 분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한도도 26%에서 49%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베일을 벗은 ‘모디노믹스’는 고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매년 8% 안팎이던 GDP 성장률은, 2012년 이후 5%대로 떨어졌다. 인도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 시절 면화 공급처로 전락해 제조업이 싹트지 못했다. 독립 후에도 소련식 중공업 위주 성장 모델을 선택하는 바람에, 아시아 국가들이 추진했던 경공업-중공업-첨단산업으로의 이행모델을 따르지 못했다.

인도·중국 정상 양자회동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 포르탈레자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양자 회동을 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했고, 모디 총리는 중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설립되면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포르탈레자 | 신화연합뉴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국민 다수를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본의 유입마저 줄자 성장세가 꺾였다. 인도는 세계은행이 조사한 2014년 ‘기업환경지수’에서 189개국 중 134위에 그쳤다. 국민회의 정부의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GDP의 5%에 이르렀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타타그룹, 제너럴모터스(GM) 등 대기업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구자라트주의 모델을 인도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게 모디 정부의 계산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함께, 도로나 댐 같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늘리는 것이 모디노믹스의 또 다른 축이다. 고학력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IT 분야 대신 토건사업으로 ‘서민형 일자리’를 100만개 창출하고, 식품가공업 등 농촌형 기업들을 육성하기로 했다. 예산안에는 고속도로·항구 건설과 대규모 면직물 단지 조성 등의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주목받는 ‘강한 인도’

모디는 15일 브릭스 정상회의로 국제무대에 데뷔하면서 세일즈 외교에 본격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먼저 인도 방문을 제안하는 등, 모디의 외교적 행보는 현재로선 실용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강한 인도’를 표방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산 모디 정부가 계속 낮은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 보는 이들은 없다. 모디는 지난달 16일 서부 고아의 해군기지를 방문, 항공모함에 탑승했다. 지난 4일에는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의 육군 부대를 찾아가 군 현대화를 약속했다. 1999년 이미 핵 보유를 선언한 인도의 이런 움직임은 역내 긴장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김찬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역내 패권주자로 부상하려는 모디의 야심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우선과제로 삼는 만큼 극한 대결은 피하겠지만, 잠재적 라이벌인 중국 앞에서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가 미국·일본과 협력하며 중국을 견제하려 할 공산이 크다. 특히 모디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절친한 사이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모디가 오는 11월 호주를 방문할 것이라며 미·일·호주와 인도의 군사협력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힌두민족주의 대두 우려

모디 정부의 불안요인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다. 4~5월 총선 때 20~30대는 종교·민족과 상관없이 경제성장의 기대를 안고 모디에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모디가 내세운 힌두민족주의는 결국 인도 내 다양한 민족·종교·언어집단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디는 총선 때 잠무카슈미르 무슬림들의 자치를 인정한 헌법 조항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무슬림들을 자극했다.

취임 뒤 모디가 정부기관의 공문서는 물론이고 각료들의 트위터 멘션까지 힌디어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타밀족 지역인 타밀나두주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총선에서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한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은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힌두민족주의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는 최근 BJP 대표에 자신의 측근인 아미트 샤를 임명했다. 아미트 샤는 모디 밑에서 구자라트주 장관을 지내며 직권남용, 살인교사, 정적에 대한 고문·감금 등 인권침해를 자행한 인물이다. 더힌두 등 인도 언론들은 힌두 우파 정당인 BJP 중심으로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모디의 구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