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뢰 금지’ 오타와 협약 가입 진일보…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 주목

미국이 앞으로 대인지뢰를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뢰금지 국제협약인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진전으로 평가되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통해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에서 열린 지뢰금지 국제협약(오타와 협약) 검토 회의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지뢰 정책 재검토를 지시했으며 5년 만에 이번 결정이 나오게 됐다.

미국은 현재 300만개 이상의 대인지뢰 재고가 있으며 이 지뢰들은 20년 후에는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이든 대변인도 “미국은 궁극적으로 오타와 협약에 접근하기 위한 해결책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발효된 오타와 협약은 대인지뢰의 사용과 개발·생산·비축·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이미 매설한 지뢰도 10년 내에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161개국이 가입돼 있지만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유일하게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한국 등도 비가입국이다. 1997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6년까지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이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스티브 구스 무기 부문 책임자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하면서도 “가입을 위한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이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이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면 미군은 북한군의 도발을 막기 위해 비무장지대 등에 설치한 지뢰도 없애야 한다. 현재 비무장지대에는 남북한과 미국이 매설한 지뢰가 100만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이 안보 전문가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맹인 한국의 방어를 지원할 의무나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랜디 포브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성명에서 “군 지도자들의 충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하는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번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