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무슬림 소수민족, 불교도들 공격에… 정부선 불구경
ㆍ폭행·고문 여전… 유엔·인권기구들 탄압 중지 촉구

미얀마는 50년 군사통치 이후 최근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지만, 미얀마에 사는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여전히 탄압받고 있다. 정부의 탄압 때문에 최근 2년간 미얀마를 떠난 로힝야족이 10만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왔다.

로힝야족 연구·보호단체 아라칸 프로젝트는 최근 2주 동안에만 로힝야족 1만여명이 근거지인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탈출했다고 25일 밝혔다. 2012년 10월 불교도들이 로힝야족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이래, 국외로 탈출한 로힝야족은 10만명이 넘는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13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100만명은 라카인주에 살고 있다.


로힝야인들은 8세기부터 지금의 방글라데시 동부와 미얀마 서부지역에 걸쳐 살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줄곧 자치권을 요구해왔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무장 투쟁을 불사하던 로힝야족을 강도 높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로힝야어 수업을 금지하고 로힝야어로 된 아라칸이라는 주 이름을 버마족 언어인 라카인으로 바꿨다. 1982년에는 시민권법을 개정해 로힝야인의 시민권을 아예 박탈했다. 유엔은 2012년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억압받는 소수민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묵인 속에, 극단주의 불교도들도 로힝야족을 공격하고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로힝야족 주민들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으로 2012년 로힝야족과 불교도 간의 충돌이 시작됐다. 그해 10월의 충돌로 최소 80명이 숨졌다. 집 수천채가 불탔고, 살 곳을 잃은 로힝야족의 피란이 시작됐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으로 피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는 이들도 많다.

유엔과 인권기구들은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 탄압을 멈추고 시민권을 부여하라고 촉구했다. 압박에 밀린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시민권 부여 방안이 포함된 ‘라카인 행동계획’을 내놨다. 운나 마웅 르윈 외교장관은 지난달 29일 유엔에 이 계획을 제출하면서 미얀마 정부가 최근 몇년간 취해온 ‘민주화 조치들’을 강조하면서 라카인 행동계획에 대한 유엔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 계획은 로힝야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벵갈리’로 등록해야만 시민권을 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벵갈리는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체류자를 가리키는 말로, 보통 로힝야족을 비하할 때 쓰인다. 

로힝야에 대한 폭행과 고문도 여전하다. 최근 정부는 로힝야족 무장단체 로힝야연대협회(RSO)에 연관됐다며 수십명을 체포했고, 이 중 3명이 고문 끝에 숨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힝야족은 잇따른 폭행과 고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조사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