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회, 대통령에 수권법 위임

ㆍ‘경제 전쟁’ 등 1년간 절대 권력
ㆍ“차베스처럼 권력 집중 우려”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기에 이어 베네수엘라에서 ‘수권법’이 또다시 통과됐다. 수권법은 전쟁 등 비상사태에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도 법을 제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차베스’를 꿈꾸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19일 마두로 대통령(50)에게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안을 표결했다. 법안이 국회의 60% 이상 찬성표를 얻어 가결되면서 마두로는 앞으로 최대 1년간 국회 동의 없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9일 마두로는 국회에 수권법 제정을 요청한 바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9일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수권법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카라카스 | 신화연합뉴스


이번 수권법 통과는 지난 3월 사망한 차베스를 떠오르게 한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50)이 “차베스의 이름으로 이번 법안 통과에 서명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마두로의 전임자였던 차베스는 집권 첫해인 1999년을 포함해 집권기간 14년간 수권법 제정을 4번 요청했다. 차베스는 총 48개월 동안 12개 법을 만들어 국가 경제를 통제했다.

마두로 역시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수권법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물가는 1년 새 54% 상승했고, 우유나 화장지 등 생필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수권법 제정을 요청한 이후 마두로는 ‘경제 전쟁’에 박차를 가했다. 수권법 제정을 요청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9일엔 군대를 동원해 전자제품 판매체인 ‘다카’ 매장을 점거하고 매장 관리자 등을 체포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자제품 가격을 강제로 낮추자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지어 개장을 기다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공식 환율 대신 암시장 환율을 공지해 경제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인터넷 사이트들을 폐쇄시켰고, 15일에는 상품 가격 폭등에 책임을 물어 사업자 100여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두로가 경제 문제 해결보다 권력 집중을 염두에 두고 수권법 제정을 요청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 오스카 바예스는 현지 일간지 라 베르다드에 “법 구조에 일관성이 없다”며 “마두로의 경제 전략은 자신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마두로의 상대였던 엔리케 카프릴레스(41)도 이번 수권법 통과를 “경제위기에 관심을 쏟지 못하게 하려는 정부의 계략”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