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선 1차 투표 D-2… 우파 마테이 후보에 20%P 앞서

ㆍ피녜라 현 정권, 경제 성장 불구 효율만 강조하다 민심 ‘역풍’

사흘 앞으로 다가온 칠레 대선에서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62)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새로운 다수)의 후보로 나선 바첼레트는 집권 우파연합 ‘알리안사’(연대)의 에벨린 마테이(60)를 2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관심거리는 승패가 아니라 바첼레트가 오는 17일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 수 있을지다.

13일 산티아고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승부라기보다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63)과 우파 진영에 대한 심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의 관심은 비교적 괜찮은 경제실적에도 칠레의 집권 여당이 추락한 이유에 쏠려 있다.

노래 부르며 여유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후보가 13일 발파라이소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치고 있다.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06년부터 5년간 재임한 바첼레트는 오는 17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힌다. 발파라이소 | AP연합뉴스


피녜라는 2010년 1월 최종투표에서 51%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에서 20년 동안 이어지던 중도좌파 정권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기업가 출신 중도우파 대통령이 등장했다. ‘효율적인 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운 피녜라는 경제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2012년에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5% 늘었다. 동시에 물가상승률은 3%로 막았다. 2010년 10월 코피아파 구리 광산에서 광부 33명이 갇히는 사고를 겪었지만 광부들이 7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며 오히려 지지율이 67%까지 올랐다.

그러나 피녜라는 사회 전 부문에 무리하게 효율만 내세웠다. 2011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학생 시위는 대표적인 문제 사례다. 시위는 그해 6월 호아킨 라빈 교육장관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기로 하며 시작됐다. 공공 교육시설을 확충하라며 교육개혁을 요구하던 국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피녜라는 라빈 장관을 교체하고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마테이를 제외한 중도우파 대통령 후보 2명이 지난달 29일 TV 토론에서 현 교육정책에 반대의견을 낸 것은 이 때문이다.


피녜라 정권은 지지율이 22%까지 떨어졌다. 이는 현 정권을 비판해온 바첼레트의 인기로 이어졌다. 바첼레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에 반대하다 숙청된 장성의 딸이며, 과거 반독재 투쟁을 벌였던 인물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을 지내는 동안 바첼레트는 정치·경제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거둬 퇴임 당시 지지율이 84%에 이를 정도였다. 바첼레트는 자연스레 피녜라의 무능이 만들어낸 정국의 수혜자가 됐다. 이번에 바첼레트와 맞붙은 마테이는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각료였던 페르난도 마테이 장군의 딸이다. 여당이 마테이를 후보로 내세우면서 이번 선거는 피녜라에 대한 심판에 ‘반독재 대 독재 잔존세력’의 구도가 더해졌다. 

이번 대선에는 바첼레트와 마테이를 포함해 9명이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표를 받은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다음달 25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