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정교회 신자들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파리_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둘러싸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주류 매체들 대신,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가 공격의 실상을 알리고 비판적인 여론을 모으는 틀이 된 것이다. 여론통제가 심한 나라들에서 트위터 등이 세계에 독재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한 지는 꽤 됐지만, 이-팔 분쟁에서는 주류 매체들이 짜놓은 ‘프레임’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국제 여론을 주도한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21일까지 #GazaUnderAttack(공격당하는 가자)라는 주제어가 붙은 트위터 글은 400만개가 넘었다. 이스라엘인들은 #IsraelUnderFire(폭격당하는 이스라엘)이라는 주제어로 맞불을 놨지만 거론된 글 수는 18만개에 그쳤다. 온라인 상에서의 격론을 부른 계기는 덴마크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스데롯 시네마’의 사진이었다. 가자지구 폭격을 구경하는 이스라엘인들을 찍은 사진은 공습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6일에는 이스라엘 우익 정치인이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의 모든 엄마들을 죽여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그래픽디자이너와 자원봉사자 등을 동원해 선전전을 하고 있으나, 반이스라엘 여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의 ‘생중계’ 기능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군 미사일이 상공을 날아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모습, 어린이들의 시신을 옮기는 가자 주민들,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이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 생중계된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이 들끓는 사이에 미국 CNN방송 등은 이스라엘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특파원들을 교체하거나 철수시켜 공분을 샀다. 영국 BBC방송도 불공정 보도 파문에 휩싸였다.


세계 곳곳 반이스라엘 시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0여년전 세계를 휩쓴 이라크전 반대시위를 연상케하는 글로벌 반전 캠페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슬림 이주자들이 많이 사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 주말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정부의 이민자 차별에 대한 반발과 이어지면서, 시위는 20일(현지시간) 방화와 약탈로 번졌다. 프랑스 정부는 ‘반유대주의’ 폭력이라 규정하고 시위금지령을 내렸다.

 

힌두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 무슬림 억압에 대한 공포가 퍼진 인도 카슈미르에서는 지난 19일 반이스라엘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의 총에 10대 소년이 맞아 숨졌다고 힌두스탄타임스가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같은 날 1만5000명 이상이 모여 시위를 했다. 미국에서도 워싱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시민들이 모여 미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난했다. 요르단에서는 무기력한 아랍권 친미 지도자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