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끝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우리 집 정원이 초록색이 됐으면 해요.”

열두살 아흐메드가 사는 곳은 ‘지붕 없는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다. 지난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곳을 다시 비극의 현장으로 몰아넣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와 민간 단체들이 난민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지역 담당자들이 이곳의 참상을 e메일을 통해 전해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22일 북부 베이트하눈에서 월드비전이 실시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_ 월드비전 제공



지난 22일 새벽 2시 가자지구는 적막하면서도 불안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벌처럼 윙윙대며 무인기가 비행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폭발음이 들린다. 건물 한 채만 무너져도 온 동네는 지진이 난 듯 흔들린다. 열살 소녀 림은 “아무리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막아도 로켓 소리가 계속 들려요. 차라리 귀가 먹어버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큼 전기·수도 등 기반 시설의 파괴도 심각하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2일까지 물과 공중위생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주민이 120만명이라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긴급대응팀의 오사마 다모는 “집집마다 갖고 있는 펌프도 쓸 수 없다. 전력이 부족해 하루 3시간밖에 전기를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과 함께 구호기구들이 지원한 비닐하우스, 어선들도 파괴됐다. 기초적인 위생시설뿐 아니라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까지 모두 잃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특히 아동 사망자수는 최근 며칠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OCHA는 21~22일 아동 사망자가 한 시간에 한 명꼴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동보호시설도 폭격에 무너지고 있다. 월드비전이 가자지구에서 운영하는 아동보호센터 5곳은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공격이 잇따르자 불안감에 떨고 있다. 14세 소년 모하메드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요. 우리 눈으로 본 것들이 잊혀지지 않아요. 쾅하는 소리가 멈추질 않고 계속 들려요”라고 말했다. 11세 소년 칼레드는 “지난주 누나와 사촌이 폭탄을 맞은 것을 본 뒤로 밤마다 악몽을 꿔요”라며 도화지에 미사일과 무너진 집을 그렸다. 월드비전은 이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를 통한 아동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OCHA는 가자지구 공격 이후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만 11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호기구 활동가들은 2008년과 2012년 공격 때는 겨울이라, 실내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폭죽소리, 천둥·번개소리’라고 둘러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13세 소녀 아말은 “이번엔 지난 두 번의 전쟁과 다르다는 걸 알아요. 이젠 이 소리가 폭죽도 번개소리도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라고 말했다.

어느새 가자지구 아이들에게 참상은 일상이 돼버렸다. 다모는 “여섯살 여자아이 두 명이 ‘대피놀이’를 한다며 웃으며 가방에 짐을 싸는 모습을 봤다”며 “짧은 인생에서 세 번째 전쟁을 겪은 아이들은 알파벳보다 생존 수칙을 먼저 배운다”고 말했다. 14세 소년 알라는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두려움과 전쟁 속에서 자라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아이들의 이야기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끝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우리 집 정원이 초록으로 돌아오길 바래요.” (아흐메드, 12세, 남)

“아침마다 엄청난 폭발소리를 듣고 일어나요. 자는 게 너무 싫어요.” (야스민, 10세, 여)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요, 우리 눈으로 본 것들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쾅하는 소리가 멈추질 않고 계속 들려요.” (모하메드, 14세, 남)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이제 더 이상 아동이 아닌 것 같아요. 어린이들은 두려움과 전쟁에서 자라지 않잖아요.”

“아무리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막아도 로켓 소리가 계속 들려요. 차라리 귀가 먹어버렸으면 좋겠어요.”

“가자의 모든 어린이들은 어린시절을 잃었어요!” (파트마, 13세, 여)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고싶어요. 우리는 무서워서 며칠 째 집에 갇혀 있죠.” (마흐무드, 12세, 남)

“지난 번 두 번의 전쟁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요. 왜냐하면 내가 듣는 이 소리가 폭죽도 아니고, 번개소리도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아말, 13세, 여)

“제 동생은 6살인데요, (동생이 무서워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잠을 잘 때마다, 부엌에 갈 때마다 늘 저와 함께 데리고 다녀야 해요. 근데 말이죠, 저도 무섭거든요. 제가 동생보다 나이는 많지만 저도 너무 무서워요. 빨리 이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어요.” (하니, 12세, 남)

“제 사촌은 바로 옆집에 사는데요. 우리는 서로 볼 수가 없어요. 지금 우리는 문도, 창문도 열 수가 없거든요.”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요. 왜 그들은 집을 폭발시키는거죠? 왜? 얼른 이 전쟁이 끝나서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바라 아부 자자, 10세)

“제가 가장 무서운 거는요, 폭탄이 터질 때 땅이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는 거예요.” (마흐무드 알리안, 9세)

“우리 어린이들이 뭘 잘못한거죠? 왜 우리를 죽이려는거죠? 너무 힘들어요.” (가디르 콧콧, 12세)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