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사퇴를 거부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향해 2003년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의 말을 소환해 거취를 압박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미군기지에 침입한 사건의 책임을 물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다. 당시 야당의 ‘입’이던 박 장관은 “해임건의안 묵살은 헌법 유린”이라며 사퇴를 압박했고, 김 장관은 사임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장관을 향해 “19년 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해 ‘해임건의안이 묵살되면 헌법 유린’이라고 스스로 밝혔다”며 “한나라당은 이걸 처리하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온갖 악담을 퍼부었다. 본인들이 그런 말 듣지 않으려면 박 장관 해임건의안은 즉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박 장관을 향해 “(2003년) 당시 ‘이념 갈등, 치안 부재’ 상황을 유발한 책임을 (김두관 당시 장관에게) 묻는 건 당연하다고 발언하셨다”며 “(지금) 외교참사의 국익 실종을 유발한 주무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03년 해임건의안 통과 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바로 박 장관이었다”며 “해임안이 통과되자 박 대변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승리’라고 논평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저의 해임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정치적인 것이었다”며 “그렇지만 저나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박 장관께 그대로 돌려드리면서 인간적인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것 또한 정치”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박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위원”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국익을 책임지는 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또 “해임건의안 통과는 외교 실패와 무능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이자 회초리”라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겸허히 국민의 뜻으로 받들고 국정 정상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 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국회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밝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제 찾을 수 있는 탈출구라면 박 장관이 자진사퇴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경고를 무시하고 해임건의안을 묵살하면 외교 참사에 대한 국민 분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3월과 8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보고서가 (대통령실에) 두 차례나 전달되었는데 대통령은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무시했다면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에서 비롯된 재난이고, 보고를 누락했다면 청와대 외교라인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의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