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보다 판매할 작품 전시 주력

“작년보다 일반인 입장권 판매↑”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해 미술 애호가들이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30여개국 12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준헌 기자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프리즈·키아프 서울의 4회째 동시 개막일에 미술에 관심을 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쏠렸다. 세계 경제와 함께 미술 시장도 불황에 접어들었지만 미술을 향한 국내외의 관심이 늘어난 덕이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는 이날 공동 개막행사와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프리즈에는 국내외 갤러리 120곳이, 키아프에는 20여개국 갤러리 175곳이 참여했다. 프리즈는 코엑스 3층 C·D홀에서 오는 6일까지, 키아프는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7일까지 각각 열린다.

개막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김 여사는 프리즈·키아프 개막 행사 후 2시간 넘게 각 갤러리들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대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VIP 프리뷰가 시작되자 현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의 RM, 블랙핑크 리사, ‘피겨여왕’ 김연아 등 유명인들도 프리뷰를 찾았다.

프리즈·키아프의 첫 공동개최 때만큼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대기 줄은 없었으나 오전 10시 VIP 프리뷰가 문을 열자 서서히 관람객들이 현장에 들어섰다. 키아프 VIP의 프리즈 관람이 가능한 오후 3시부터 프리즈 전시장을 중심으로 장내가 본격적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각 갤러리 부스에 출품한 유명 작가들과 미술계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프리즈가 처음 서울에 문을 열 때에 비해 세계적인 대작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명작보다는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데 주력하는 듯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마크 브래드퍼드의 대형 회화 3점, 이불의 설치 작업 및 최신 회화 등 최근 국내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데이비드즈워너는 구사마 야요이 특유의 호박 조각과 ‘Infinity Nets’ 연작 회화를 함께 배치했다. 가고시안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금박 위에 특유의 캐릭터를 그려 넣은 폭 6m, 높이 3m 대형 병풍을, 글래드스톤갤러리는 누에고치를 연상케 하면서도 전등 같은 아니카 이의 설치 작품 등을 내세웠다.

프리즈와 키아프에 동시 출품한 국내 대형 갤러리도 관객들을 끌었다. 국제갤러리는 키아프 부스에 우고 론디노네의 그림을 벽면에 걸고 작은 조각을 그 앞에 함께 세웠다. 갤러리현대는 흰 단색화와 검은 조각을 함께 배치했고, 가나아트센터는 ‘실의 작가’ 시오타 지하루가 대형 공간이 아닌 캔버스에 실을 붙여 만든 작품을 걸었다.

첫날부터 대형 갤러리와 외국인 수집가를 중심으로 수억원대 작품 판매 실적도 나왔다. 하우저앤워스는 브래드퍼드의 그림 연작 3점을 62억원에,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80만유로(약 29억원)에 판매했다. 화이트큐브에서도 바젤리츠의 그림이 21억원에 팔렸으며, 학고재는 김환기의 그림을 20억원에 팔았다.

다만 유명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갤러리가 느끼는 분위기와 국내 중소형 갤러리 간의 온도 차도 감지된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작년보다 일반인 대상 입장권 판매량은 많았다”며 “장기적으로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