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두고 종일 거센 대치를 이어나갔다. 국민의힘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일정을 이유로 표결 연기를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표결 강행으로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 유임을 시사하면서 여야 강대강 대치 정국은 더욱 가팔라지고, 협치 공간은 쪼그라들게 됐다.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불붙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산회(회의 마침) 대신 박 장관 해임건의안 의사일정 합의를 위한 정회(회의 일시중지)를 선언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사과를 외쳤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산회하라”고 소리쳤다. 민주당이 지난 27일 오후 2시 본회의 개회 전 국회에 제출한 해임건의안의 처리시한은 ‘접수 후 72시간 뒤’인 30일 오후 2시였지만, 30일에는 본회의가 예정돼있지 않아 민주당은 29일 처리를 요구해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이날 윤 대통령과 회담한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오후 6시에 출국한다는 이유를 들며 처리일을 내일(30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빈손 외교 무능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게 동맹국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며 속개 시간은 오후 6시로 잡혔다.
속개 후에도 양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손팻말을 내걸며 대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협치파괴, 의회폭거’, ‘거대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 중단하라’ 등을, 민주당 의원들은 ‘외교라인 전면쇄신’ ‘대통령은 사과하라’등의 구호를 팻말에 썼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그 누구도 오늘 본회의에서 박진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상정한 것을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고,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속개 전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성명서를 내고 “박진 장관은 외교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참여한 표결을 통해 해임건의안은 가결됐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본회의 속개에 앞서 “구속력이 없으니까 무시하면 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향후 여야 간 대치는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 외에도 외교 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정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돌파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의 순방 복귀 후 역대 국회에서 총 6번만 통과됐던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낸 뒤 끝내 관철하면서 ‘강 대 강’ 대치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야당은 ‘의회 무시’ ‘불통정치’라며 대여공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6명 장관 중 5명이 물러났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 이 해임건의안 처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윤 대통령이 진실을 고백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인사 조치를 할 때까지 문제 제기하고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횡포’로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국민의힘은 MBC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역공을 본격화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여야 대치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대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기 위해 증인 채택 때부터 대립해왔다.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와 감사를, 민주당은 민생 입법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필요한 국회 다수 의석을 각각 무기로 삼고 있어 협치보다는 대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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