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먼지털이하듯 털다가 안되니깐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고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요 당직 인선에서 정부·검찰 공격수를 전면 배치하며 검·경 수사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또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광주광역시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민생 우선 기조를 이어가면서 이를 기반으로 현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가오는 수사 리스크 앞에서 민생 행보와 대여 투쟁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 경찰·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이 아니라 야당 대표 탄압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전날 지난해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및 백현동 의혹 관련해 허위발언을 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이 대표에게 오는 6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여부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은 “출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박성준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입장 표명에 앞서 당 지도부는 신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이 대표 출석 요구를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죄 없는 김대중(DJ)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르냐”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야당과의 협치, 입법부에 대한 존중은 내팽개쳐버린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가 서면조사에 불응해 소환한다’는 취지의 검찰발 보도가 나오자 브리핑에서 “이미 3건 중 2건은 서면조사에 응했고 1건은 준비 중이었다”며 “옹색한 변명, 정치적 탄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검·경 수사에 대비하는 주요 당직자 인선을 실시했다. 법률위원장에 판사 출신이자 ‘처럼회’ 소속인 김승원 의원과 양부남 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두 명을 선임했다. 대변인단에 처럼회 소속이자 검찰 저격수 역할을 해 온 김의겸 의원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오는 5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소환 요구를 규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만나고 지역 화폐로 여러 음식을 사는 민생 행보도 병행했다. 시장 상인회와의 간담회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을 시장주의라고 칭하며 “시장에서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는 것 같아 참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도 검찰 소환 관련 발언 없이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 균형 발전 과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퇴행하는 느낌”이라며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의무적 시장격리제도 입법 계획을 전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에게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소에 강조하신 바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조화다. 실용적 민생 개혁이라고 하는 길로 확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민생 행보에 주력해왔다. 지난달 28일 대표 선출 연설에서 민생 우선 기조를 분명해 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정책 이슈에 집중했다.
이 대표의 민생 행보 지속은 일차적으로 유능한 대안 야당 수립을 통해 돌아선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동시에 자신의 수사에 대한 관심을 분산하고, 이에 맞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수사가 본격화된 뒤에도 민생 드라이브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본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검찰 수사에 대응은 해야겠지만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방법은 민생 행보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검찰 대 야당의 대립 구도가 격화되면 결국 이 대표 수사만 부각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민생과 검·경 대응 메시지의 비중을 8 대2 정도로 둬야 한다.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관심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와 지도부가 검찰 수사에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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