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6일 첫번째 혁신안을 발표하며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출마 제한’을 내놨다. 같은 지역구에서 세 번 연속 당선된 의원은 22대 총선부터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자며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권 진입이 어려운 정치 신인에게 길을 터 주자”는 이유를 들었다.
같은 논의는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지난 6월29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조해진 의원이 YTN 라디오에서 “동일 지역의 3선 이상 연임을 금지하는 것은 저 스스로 오래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고, 이후 혁신위 논의 테이블에 ‘3선 초과 연임 금지’가 올라왔다.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제한’은 제시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적잖이 회자됐지만,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 당내 내홍 등으로 동력을 잃곤 했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중심 정치에 싫증을 느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요 정당이 다시 꺼내 들 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정원은 총 300명, 비례대표 47명을 뺀 지역구 의원은 253명이다. 보통 ‘중진’으로도 통칭되는 ‘3선 이상’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총 73명이다. 지역구 의원들 중 28.9%에 달한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6선으로 최다선 의원이다. 5선은 12명, 4선은 20명, 3선은 41명이다. 민주당 중진은 40명(6선 1명, 5선 5명, 4선 11명, 3선 23명), 국민의힘 중진은 31명(5선 6명, 4선 8명, 3선 17명)이다. 이외에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당적이 없는 김진표 의원(5선)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4선)이 포함된다.
이들 중 21대 국회에서 동일 지역구, 혹은 유사 지역구에서 3연임을 한 의원은 총 55명이다. 기존 지역구가 합구·분구 등으로 미세하게 바뀐 경우도 포함했다. 지역구 의원 중 21.7%이며, 국회의원 정원 기준 18.3%다. 지역구 의석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18명)와 서울(10명)에 지역구 3연임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분포돼 있었다. 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와 전북,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경북에서는 1명도 없었다. 거대 양당이 총선 공천 때마다 진행하는 ‘물갈이’가 당의 텃밭에서 진행되는 관례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경우 다선 의원들이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21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된 상황이 반영됐다.
3선 의원 중에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지역구에 터를 닦아 재선한 경우도 있었지만, 5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중진 의원들은 한 지역구에서 꾸준히 당선됐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 고양시와 경남 창원시에서, 설훈 민주당 의원이 서울 도봉구와 경기 부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노원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지역구를 옮겨가며 당선된 정도다. 이들의 지역구 중 최소한 한 곳은 소속 정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띄는 곳이다.
국민의힘에서 ‘3연임 초과 제한’을 화두로 꺼낸 조해진 의원은 경남 밀양시·창녕군이 포함된 지역구에서 3번 당선됐지만, 20대 총선에서 낙선해 21대 국회 3연임 의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제한’은 중진 의원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깨뜨리는 한편, 민주당 혁신위의 공언대로 젊은 정치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도록 다선 의원들의 출마 기회를 제한하자는 데서 나온 구상이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도 지역구 활동에만 전념해 선(選)수를 쌓아가는 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반영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이 3연임 이후에는 출마할 수 없는 선례도 적용했다. 만약 22대 총선에서부터 초과 제한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국회의원의 최소 20%가 새 얼굴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기계적으로 출마를 막겠다는데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주로 같은 지역구에서 3연임을 한 의원들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불만을 제기했다. 한 30대 원외 정치인도 “초·재선 의원보다 의정활동을 잘하는 중진 정치인이 선수만으로 공천에 불이익을 받는 게 과연 혁신인가”라고 말했다. 선수에 따른 기계적인 물갈이가 되레 실력있는 다선 의원들의 기회를 뺏는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꼼수’가 등장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흔히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구의 의원들이 바로 옆 지역구 의원과 맞바꾸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맞바꾸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17~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 을에서 4선을 지내다 21대 총선 때 바로 옆 수성구 갑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갑과 을 교차 출마’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진 의원들이 주로 맡는 국회 의장·부의장 및 국회 상임위원장에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의원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재선·3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이나 간사를 맡으면서 새로운 지역구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 개혁과 세대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높은 만큼 제도를 일부 수정해서라도 다선 의원들의 몫을 줄이고 국회에 새 얼굴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3연임 초과 제한을 결정했던 민주당 혁신위원장 출신 장경태 최고위원은 8·28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는 기계적인 3연임 초과 출마 제한 대신 ‘3연임 초과 출마자에 대한 엄격한 공천심사’를 주장하고 있다. 동일 지역구 출마를 무조건 막지는 않되 공천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대신 중앙 정치 기여도가 높은 의원에게 가산점을 주는 식의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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