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전격적으로 시작한 무기한 단식은 취임 1년을 맞아 제기된 리더십 문제를 ‘대여 투쟁 강화’로 돌파하기 위한 수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에 저항하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자신을 향한 사퇴 압박 등도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관심을 여론의 돌리려는 꼼수라는 시선이 적지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선택이 과거 야당 대표들이 얻었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제 책임이 가장 크다. 그 책임을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잇달아 언급한 뒤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그 맨 앞에 서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국회 본청 앞 단식 현장에서도 “당 대표 취임 1주년이 됐는데 기대한 만큼 충분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77.77%의 높은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서는 제1야당의 존재감이 갈수록 약화되고 당 지지율도 30% 초반에 머물면서 리더십 문제가 제기되자, 야당 대표로 꺼낼 수 있는 특단의 조치인 단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시작을 하루 앞두고 국회 다수당 대표가 현 정부의 국정기조 수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만큼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이 불과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는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제1 야당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보인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투자) 의혹에 대한 미흡한 대처, 노인 폄하 설화만 남기고 끝난 혁신위원회 등으로 인해 당내에서는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잇따른 사법 리스크로 당의 도덕성이 추락하면서 이 대표 체제로는 22대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내부 여론이 공개적으로 폭발하기 직전이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단식에 들어간 당 대표에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단식투쟁으로 당 지지율 반등을 비롯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83년 신민당 총재 시절 23일간의 단식은 신한민주당 창당 등 민주화 진영의 결집이라는 결과를 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13일간 단식 후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뜻을 이뤘다. 하지만 가장 최근인 2019년 11월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단식투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반대 등 뜻을 이루지 못한 채 9일 만에 끝났다.
당시 한국당은 친박근혜(친박) 강성 지지층이 호응하는 대로 황 대표가 단식·삭발하고 장외 집회를 벌이며 대여 투쟁 강도를 높였지만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패했다. 이 대표의 단식 역시 강성 지지층만의 호응에 그치지 않고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가 남은 관건으로 보인다.
특히 사법 리스크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단식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당장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공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쌩뚱맞게 무슨 단식인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단식인가”라며 “단식이 아니라 사퇴가 답”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를 “스토킹”이라고 비판하면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히려 당의 문제를 “침소봉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탓에 민주당의 민생 행보가 주목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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