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가장 중요한 건 이념” 강조 후
정부·여당, 흉상 이전 필요성 적극 설파
조태용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30일 국회에 출석해 육군사관학교(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힘을 실었다. 조 실장은 “홍 장군은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서의 후반부 삶이 육사생도들이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인지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육사 정체성에 맞는 기념물 재정비는 타당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 강조한 후 정부·여당이 과감하게 홍 장군 흉상 이전 필요성을 설파하는 모습이다.
조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 장군의 전체 삶이 아니고 후반부의 삶, 즉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서의 삶,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과 육사라고 하는 아주 특수한 기관에서 육사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면서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을 찾는 기준이 잘 맞겠나, 문제의식으로 갖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2018년 흉상을 세우기 전에 걸러져서 의견 수립이 됐으면 참 좋았겠다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또 “안보실로서 (흉상 이전에)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했다”고 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홍 장군 흉상 관련 메시지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본인 생각을 얘기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홍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옳은지 생각하라’며 간접적으로 본인 뜻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사 호국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있다. 그렇다면 남로당 가입과 반란기도죄로 무기징역 선고받은 대통령의 호국비가 육사에 있는 건 온당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향을 하신 것하곤 다르다. 끝까지 그렇게 가신 분하고”라고 답했다. 조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에서 커다란 나라로 경제발전을 이뤄낸 가장 큰 공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맞다”고 했다. 유 의원은 “참 이상하다. 어떻게 그런 잣대가 나오나”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 종합정책질의에서 홍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받고 “육사에서 사관학교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또 타당하다고 본다”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우리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홍 장군이 무장독립투쟁을 했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면서도 “1941년 (자유시 참변 당시) 러시아 공산세력에 협조함으로써 독립군들을 처벌하는데 일조했다. 1927년 레닌을 만나 권총을 선물받고 말년을 소련에서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장군 흉상은 육사가 아닌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격노해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 수사 외압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예결특위 회의에서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운영위에서 “(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해당 사건을) 보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 회의 후에도 국방부 장관·차관과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대화는 “안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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