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1일 해병대의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한 외압 의혹을 부인하며 “해병대 수사단이 8명 모두를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 혐의자로 판단한 조사 결과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잘못을 엄중히 처벌해야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어서도 안되는 것이 장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수사 결과 보고서에 결재한 후 다음날 번복한 것은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결재할 때도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보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30일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 혐의자로 판단했고, 이를 국회와 언론에 설명하겠다고 보고했다”며 “저는 당일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여 보고서에 결재했고, 다음날 보고받은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 언론 설명 취소와 경찰 이첩 취소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 내용을 결재한 뒤 다음날 번복한 과정도 “제가 판단한 것”이라며 “(국가)안보실에 보냈다는 언론 설명 자료와 (설명·이첩을) 보류시키고 재검토한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부정한 것이다. 그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제기한 외압 의혹이 수사단장의 거짓말이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결재하고 번복한 적이 많느냐”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결재할 때도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며 “전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초급 간부들의 심리적 부담을 거론하며 “그래서 그 전날 제가 기억이 나서 다시 조치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박 전 단장에 대한)항명 사건이라고 만들어서 이렇게 보고를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직권남용”이라며 “장관이 국기문란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엄정히 수사하라고 하는데 왜 (장관이) 중간에 간섭을 하면서 엄정히 수사 안 하려고 하냐”며 “장관이야말로 항명죄”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장관을 두둔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군의 수사기록을 참고해 수사를 해서 책임 범위를 경찰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수사를 하는 기관은 수사 착수도 안 한 단계이기 때문에 (외압 의혹이) 별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해병대 1사단장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종섭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다”며 “지난 6건의 경찰 이첩 사례와 전혀 다르게 장관이 관여하고 여러 의혹이 있는 것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에서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한 것은 사실 기초자료”라며 “수사단에서 혐의가 있어 보인다고 한들 아무런 법적인 가치가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질의 도중 “수사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사건 당시 해병대 병장들의 진술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이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며 공세를 폈다. 성일종 의원은 국방위 회의에서 이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엄밀하게 조사를 해서 조치하시기 바란다”고 했고, 이종섭 장관은 “사실확인을 해서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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