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기호순)가 2일 첫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언론 탓’ 발언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셀프 공천’ 의혹에 대한 진상을 물었고, 이 후보는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맞섰다. 강 후보도 이 후보의 ‘의원 비난 플랫폼’ 발언을 문제삼았다.

 

세 후보는 예비경선 통과 후 첫 당대표 후보 토론회를 강원 춘천시 G1 스튜디오에서 치렀다. 첫 토론회부터 유력 당권주자인 이 후보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박·강 후보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예비경선 때부터 ‘반이재명’ 전선을 폈던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거센 공세를 폈고 이 후보는 방어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후보는 이 후보에게 “노선 투쟁을 세게 하겠다”며 지난달 29일 이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생방송 도중 했던 “저학력·저소득층이 국힘(국민의힘) 지지가 많다.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환경 때문에 그렇다”는 발언을 지적했다.

 

박 후보는 “혁신하지 않은 채 실패와 패배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남탓 노선’으로 가면 다시는 승리할 수 없다”라면서 “언론환경 때문에 저소득·저학력 유권자가 나를 찍지 않았다고 얘기하면 언론환경이 더 안좋았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당선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학력·저소득자가 언론 프레임에 쉽게 넘어간다고 폄하한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박 의원님 말에 일면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발언의) 전체 취지를 박 후보께서 살펴주시면 좋겠다. 침소봉대하지 마시라. 남 탓이라고 단정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셀프 공천’ 의혹의 진위도 물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 후보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공천을 요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당시 박 위원장에게 전화한 적이 있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여러 의견을 나눈 것은 맞다”면서도 “저는 당원 한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의 시스템을 무력화하거나 권한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셀프 공천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그동안 당이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했지만 ‘정치적 이중 플레이’를 했다”며 “오늘 제가 물어볼 때까지 한마디 해명도 사과도 없이 여기까지 오셨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이 출마할 경우 대선에서 (저를) 지지했던 분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말씀하시기에는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 역시 주로 이 후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강 후보는 이 후보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언급한 ‘의원 비난 플랫폼’에 대해 “국회의원과 당원 간극을 좁히자는 취지와 달리 간극이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강연에서 재밌으라고 ‘비난 비판 허용하자’고 한 것인데 ‘욕’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았다”며 “당내 민주주의 확보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2년 동안 다른 대선 주자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는 “제가 당대표 되면 대권 주자의 다양성이 줄어드리란 우려로 이해되는데, 오히려 당 표에 출마하면서 제가 손상을 입고 다른 (대권) 후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강 후보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경선 때 주장했다가 본선 들어 언급을 자제했던 ‘기본소득’을 이날 다시 언급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이 사회의 미래상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기본소득도 그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박 후보는 “집권하고 5년간 120조원을 지급한다는 설계로는 (기본소득은) 안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인 박 후보와 강 후보 간에는 많은 문답이 오가지 않았다. 단일화 관련 논의는 없었다. 박 후보가 마지막 5분간 주도권 토론을 할 때는 강 후보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 때 그간 ‘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의 축약어로 알려진 ‘어대명’을 ‘어제까지는 대세가 이재명’으로 고쳐 말하며 “오대박, 오늘부터는 대표가 박용진,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어대명과 오대박의 1대1 구도를 기대해달라”고도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