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 규칙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의결한 내용 중 일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바뀐 데 반발해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5일 사의를 표했고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불만이 분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전준위의 오랜 논의를 비대위가 단기간에 바꾼 데 대한 반발이지만, 친명·비명(비이재명)계 간 계파 싸움 및 당지도부 자리 싸움도 엿보인다.
안 전준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전준위원장으로서의 역할도 의미를 잃은 만큼 직을 내려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전준위는 전당대회 규칙 의결사항 중 중앙위원회 위원급 투표로만 치르던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국민여론조사를 30% 반영하는 안을 내놨다. 이후 비대위는 기존처럼 중앙위원급 위원 투표로만 예비경선을 치르자고 의결했다. 비대위는 또 전준위가 정하지 않은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도 도입했다. 각 후보를 지역별로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최고위원 경선시 주어지는 2표 중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전준위가 정한 규칙 일부를 비대위가 뒤집는 과정에서 “사전교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광주를 찾은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남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요일(지난 3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견도 노출됐다”며 “(전준위가) 비대위의 의견 반영을 한 것도 있고 안하고 결정한 것도 있다.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할 내용은 아니다”라며 안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요일 밤에 협의와 토론을 한 것은 맞으나 이렇게 변형된 내용은 아니었다”고 재반박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결정 비판에 가세했다. 의원 39명은 비대위를 향해 “우리 당 의원들이 (전준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하여 마련한 당 혁신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전준위를 무력화하고 어떠한 논의나 교감 없이 비대위 마음대로 당 지도부 선출 방식을 결정한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문재인계인 신동근 의원은 SNS에 “저도 비대위 결정에 불만이 많지만 비대위가 결정한 이상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비대위 결정을 번복한다면 이는 비대위를 탄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명계와 다른 의견을 냈다.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싼 내홍은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처럼회’ 소속 등 강경파 의원들은 최고위원 출마를 대거 노리고 있다. 일반·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들은 현역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다수인 중앙위원만의 투표가 달갑지 않다. 또 비대위가 정한 대로 선거인당 최고위원 2표 중 1표를 지역 기반 정치인들에게 던진다면, 대부분 수도권 지역구인 이들은 예상보다 적은 표를 얻게 된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견제를 친명계가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의원은 당대표 예상 주자들 가운데 일반 당원과 국민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싼 당 내홍이 격화되면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서울로) 올라가서 (안 위원장을) 만나보겠다”며 진화 의지를 보였다. 우 위원장은 또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만큼, 당무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내일(6일) 당무위에서 깊이 있게 논의가 될 것이다. 당무위에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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