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3일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지칭한 데 대한 반박 성격으로 보인다. 여권이 연일 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문 전 대통령이 이에 응답하면서 진영 간 대결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며 “평화는 국방과 외교가 더해져야 한다. 그 점에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럴 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외교도 증진됐다”며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한 것도 이때였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이처럼 확연히 비교되는데도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메시지는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한 뒤 처음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장관 출신 현역 의원들과 민주당이 윤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에 ‘극우 성향’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하고 통일부 역할을 “대북 지원부가 아니다”라고 규정하자 문 전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직접 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이번 발언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통화에서 “책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위험하니 이를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발언”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내용이 없는데 거기에 맞대응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대응을 계속할 가능성은 낮다.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성과를 부정하는 정부·여당 인사의 발언이나 이전 정부 관련 검·경 수사가 논란이 될 때 이따금 메시지를 내기는 했지만 장기간 여론전을 이어간 적은 없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과한 측면이 있고 특히 대북 문제를 건드린 만큼 문 전 대통령이 반응했지만 지금처럼 메시지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총선 전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문 전 대통령을 정치판에 소환하려고 할 가능성은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권 입장에서는 전면적인 진영 대결로 가도 손해볼 게 없다고 판단하고 전 정부 비판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정면 대결 구도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냉전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했다는데, 그럼 종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뭔가”라고 바로 공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김정은의 기만전술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 북이 핵미사일을 완성할 시간만 벌어줄 역사의 죄에 책임져야 할 문 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