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그래미상 출품 거부, 멤버들 SNS에 글 올려

최근 심사 기준 변경에 대한 항의로 풀이

방탄소년단 멤버 진 인스타그램 캡처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에 열리는 제69회 그래미상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그래미 측이 심사 기준 일부를 변경한 것에 대한 사실상 보이콧 선언으로 풀이된다.

BTS 멤버들은 29일 각자의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남겼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주시는 아미(BTS 팬덤)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들은 개인별로 스토리를 올렸으나 글 내용은 같았다.

내년 그래미상 출품 대상은 지난해 8월31일부터 올해 8월28일까지 공개된 음반과 음원이다. BTS가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도 후보에 오를 자격을 갖췄지만 출품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출연했다. 빅히트뮤직 제공

 

BTS가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상인 그래미상에 불참을 선언한 것은 주최 측의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신설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래미상을 주최하는 미국 음반산업 단체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달 16일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등 5개 부문을 내년 시상식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은 K팝과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국가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아시아 출신이거나, 현지에서 인정받는 아시안 팝 음악 가운데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에게 수상한다.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이 세계 음악 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래미상을 받지 못했던 BTS 및 K팝 가수들의 수상 가능성이 커지리란 예측도 있었다. BTS는 2019년 ‘최우수 R&B 부문’ 시상자로 그래미상 무대에 처음 올랐고, 2021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등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가요계에서는 음악적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한국, 중국, 일본의 대중음악을 지역 단위로 묶은 것이 서구 중심적 사고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K팝이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이 아닌 본상 및 주요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예측도 나왔다.

멤버들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라고 쓴 대목이 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미상은 비(非) 백인 아티스트에게 유독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올해 2월 열린 68회 그래미상에서는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골든’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1개 부문만 수상했고,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는 무관에 그쳤다. 2021년에는 흑인 팝스타 더 위켄드가 ‘블라인딩 라이츠’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음에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바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BTS가 지역과 언어를 거명하며 입장을 낸 것은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에 대한 논란을 겨냥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BTS가 입장을 낸 만큼, 관련 논란도 대중음악계에서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