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일대 역사문화공원 조성 구상안. 서울시 제공

 

서울 경희궁 일대에 2035년까지 규모 약 13만6000㎡의 역사문화공원이 들어선다. 서울광장의 10배에 달하는 크기다. 한양도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도 인근에 원형 복원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17일 경희궁지와 주변 4개 공공부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본격 조성한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경희궁과 국립기상박물관·서울시민대학 및 차고지·서울시교육청·돈의문박물관마을 등을 포함한다.

이번 계획은 조선시대 지은 다른 궁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조선 후기 궁궐인 경희궁을 재조명하겠다는 취지다. 2023년 6월~2024년 5월 통신데이터 기반 방문객 분석 결과 경희궁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1500여명 수준으로 인근 경복궁(5만7430명)과 덕수궁(2만8150명)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에 2026년 시교육청이 용산구 후암동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계기로 일대를 연계해 공간을 개발할 방침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바라보게 될 돈의문 구상안. 서울시 제공

 

우선 경희궁지의 역사문화공원은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흥화문~숭정문 정비방안(안)에 따라 이 공간은 연말까지 정비한다. 또 차량 진입로 등 역사적 맥락과 무관한 시설은 빼고, 궁궐 숲을 조성하는 등 순차적으로 경희궁의 모습을 바꿔 2026년까지 공원 조성을 완성한다.

경희궁 주변 새문안로 변에는 가로정원을 조성하고, 경계의 담장 및 보행로도 정비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기상박물관 인근에는 기후환경숲을 조성해 교육·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경희궁의 ‘ㄴ자’ 어도(왕의 길) 위에 건립된 서울역사박물관은 이전을 고민하기로 했다. 어도 복원을 위해 다른 대체지에 박물관을 제대로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2002년 개관한 박물관 자체가 시대별로 중첩된 역사를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사박물관 이전이 이전한다면 적정 부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바라보게 될 돈의문 구상안. 서울시 제공

 

한양도성 4대문 중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은 장기적 관점에서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철거돼 현재는 정동사거리가 들어서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동사거리를 지하화하고 돈의문과 경희궁 인근을 연결해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의 돈의문 복원 기본구상(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복원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역사와 도시·교통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다.

2017년 문화시설로 조성된 돈의문박물관마을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건축물 등을 살려 옛 모습이 남아 있기는 하나 특정 시기로 한정돼 있고 폐쇄적인 구조로 확장성이 적어 방문객이 적은 상태”라며 “경희궁과 연계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개방감을 확보한 재정비방안을 올 1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엄숙하고 진지했던 경희궁 일대가 문화·여가가 있는 활력 공간으로 재탄생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옥상 개방시 보이게 될 경희궁과 주변 전경. 서울시 제공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