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신디 L 스캐치 지음 | 김내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 300쪽 | 1만9500원

기독교의 구약성서 초반부, 돌판에는 십계명이 새겨지고 이를 어긴 이스라엘 백성은 벌을 받는다. 헌법학자인 저자는 “‘나에게만 복종하라, 살인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등의 원칙은 전 세계 사회와 공동체에서 아주 오랫동안 중요한 기능을 했다”며 “이로써 제1의 세속적 오류가 탄생했다. 자연은 ‘선한 질서’가 존속하기 위해 권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선한 질서를 필요로 하게 됐으며 “헌법은 정의로운 질서를 제공하며, 헌법을 보호하는 일이 곧 정의”라는 오류로 이어진다. 헌법이 “창조 신화에 근간을 두고 위계와 중앙 권력에 입각해 유연하거나 자발적이지 않게 고안”됐다는 것이다.
헌법이 절대 권력의 폭정을 막고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왔지만, 저자는 “그 성과가 헌법 덕분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에 반대한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 같은 자발적이고 탈중앙적인 사회운동이 “실제로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연적 재난이 때로는 사회를 결속시키기도 하는데, 사회를 안정화시키려는 인위적인 통제가 아니라 정상 상태로 돌아가고픈 공동체 구성원의 열망이 그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시민이 정치 엘리트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 때문에 법치주의가 법의 허점을 노린 ‘법 기술자’들에 의해 형해화되기도 한다. 저자는 시민들이 더 많이, 자주 공동체를 이루고 공론장에서 대화·교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조차도 “비현실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면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와 이에 분노해 광장에 자발적으로 모인 한국 사회 시민들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정치의 사법화가 현재진행형인 한국에서 시민의 참여를 일상에서 늘릴 방법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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