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로저 버나디나가 지난달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힌찬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로저 버나디나가 지난달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힌찬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KIA전 도중 관중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프로필상 생일을 맞은 KIA 로저 버나디나(34)를 향한 팬들의 작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버나디나는 이날 승리에서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앞세워 KIA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팀의 선취점은 안치홍의 방망이에서 나왔지만, 버나디나의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6회말 1사 후,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간 버나디나는 SK 투수 김태훈이 안치홍에 던진 초구에 바로 2루로 뛰었다. 허를 찌른 타이밍에 도루를 감행해 순식간에 득점권 상황을 만들었다. 이어진 안치홍의 우전안타는, 버나디나의 도루가 없었으면 득점타가 될 수 없었다.

8회말, 안치홍의 홈런은 버나디나 덕에 3점 홈런이 될 수 있었다. 1사 2루에서 타석에 선 버나디나는 3루 선상을 타고 흐르는 느린 땅볼 때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간발의 차로 내야안타. SK가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느린 화면은 버나디나가 공보다 더 빨리 1루를 밟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역시 버나디나의 빠른 발이 없었다면, 안치홍의 홈런은 3점 홈런이 아닌 2점 홈런이 됐을 뻔했다. 세이브 상황인 3점차가 아니라, 그보다 넉넉한 4점차가 돼 승부가 갈렸다.

그보다 앞서 수비에서도 버나디나의 존재감은 빛났다. 2회초 2사 1·2루, SK 김성현이 내야를 빠르게 통과하는 중전 안타를 날렸다. 버나디나는 외야에서 공을 잡자마자 바로 홈으로 송구했고, 햄스트링이 불편한 2루주자 이재원이 3루를 돌아 홈에 도달했을 때 송구는 이미 홈에 도착해 있었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 나주환이 가운데 담장을 향해 날린 큰 타구를 버나디나가 팔을 위로 쭉 뻗어 잡아냈다. 머리 위를 넘어가는,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며 흔들릴뻔 하던 깜짝 선발 황인준에 큰 힘이 됐다. KIA 김기태 감독도 “버나디나의 호수비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3할2푼·27홈런-32도루로 맹활약했던 버나디나는 지난해도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으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3번 타순에서 자리를 잡고 맹타를 휘둘러 팀의 ‘복덩이’가 됐다. 올 시즌 타율이 3할 초반~2할 중반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어느덧 10홈런에 근접(9홈런)했고, 빠른 발로 1번 타순에 적합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도루 부문에선 어느덧 지난해 도루왕 박해민(삼성)에 3개 앞선 18개로 선두가 됐다. 공·수·주를 가리지 않는 버나디나의 활약 속에 KIA는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반전의 계기를 착착 만들어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