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버티는 수밖엔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버텼다. 넥센은 서건창에 박병호, 이정후와 김하성이 동시에 타선에서 빠진 동안에도 5할 언저리에서 머물며 중위권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런 넥센이 또다른 문제를 만났다. 이번엔 주전 포수 박동원이 성폭행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박동원이 투수 조상우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은 지난 23일 넥센은 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둘에게 참가활동정지 조처를 내렸다. 본인의 주장처럼 혐의가 없더라도 사건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박동원이 비운 엔트리는 퓨처스(2군)에 있던 주효상으로 채웠다. 당분간은 백업 포수이던 김재현이 주전 포수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이 수비에서 보인 모습은 기록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김재현이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넥센 팀 평균자책점은 3.77에 불과했다. 박동원의 5.05보다도 낮다. 수비이닝은 박동원(285.1이닝)의 절반에 못미치는 121.2이닝이지만, 백업 포수 치고 출장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8번의 도루 시도 중 6번을 잡아낸, 도루저지율 75%에 달하는 강한 어깨 역시 강점이다.
관건은 김재현이 제이크 브리검을 제외한 다른 선발과 어떤 호흡을 보이느냐다. 적지 않은 수비이닝 중 약 3분의 1인 48.2이닝은 브리검의 전담포수로 소화한 것이다. 브리검의 성적을 뺐을 때 김재현의 수비시 투수 평균자책점은 4.31까지 올라간다. 주전 포수로 보낸 첫 날 에스밀 로저스와의 호흡은 불안했다. 경기 전까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중이던 로저스는 지난 23일 6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로저스는 박동원과 9경기 호흡을 맞추며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었다. 이날의 부진이 포수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차세대 에이스 최원태도 올 시즌엔 아직 김재현과 공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타선에서의 박동원의 공백은 더 큰 걱정거리다. 박동원의 시즌 타격 성적은 2할4푼8리, 6홈런·17타점이다. 특출나 보이지는 않지만 5월 타격 페이스는 무서웠다. 4월이 끝났을 때 박동원의 타율은 2할에 못미쳤는데(0.194), 5월에 3할2푼(50타수 15안타)으로 시즌 타율을 5푼 끌어올렸다. 5월 홈런도 5개였고, 지난 22일까지는 5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치고 있었다. 지난주 김규민-김민성과 함께 박동원이 장타를 터뜨린 덕에 넥센은 핵심 타자들이 빠진 지난주(지난 15~20일) 팀타율 2할9푼으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김재현의 시즌 타율은 2할(35타수 7안타)에 머물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지난달 8일 1군에서 말소됐던 주효상도 타율이 1할에 못미친다.(0.091·11타수 1안타) 원래 타력에 대한 기대치가 큰 선수들은 아니긴 하지만, 박동원의 자리를 메꾸려면 타격을 완전히 놓을수만은 없다. 박병호가 지난 20일 복귀하긴 했지만 아직 선발로는 1경기밖에 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는 않다. 서건창과 고종욱 등 다른 부상 선수들의 복귀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포수들의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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