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혁신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반면 해당 사건의 양상이 복잡하고 연루된 인원의 범위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출당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란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해 혁신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수습책에 대해 “어느 정도 수사가 이뤄지고 또 구체화된다고 하면 당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정도의 조치가 있어야겠다”며 “이 기회에 민주당이 확실하게 변화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혁신안이 나와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표가 국민께 사과드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이고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인물들은 출당, 영구제명 등 당 차원의 엄격한 징계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돈봉투 관련자들의 출당과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요청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2021년 송영길 지도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12명에게 탈당·출당을 권유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부동산 관련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탈당·출당 대상자를 추리고 탈당계를 받거나 출당 조치를 내리고 검찰·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등 처분을 받은 후 복당시키거나 탈당계를 최종적으로 수리하지 않았다. 당시와 같은 강도 높은 수습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비이재명(비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특정하고 예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당이 이 문제를 덮어서는 안되고 단호하고 확고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구습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이 나서기 전에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이 자진 탈당 등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도부 소속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LH 사태 대응처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며 “사건 관련자들이 탈당이나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당내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론이 형성되면 관련자들이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2대 총선 공천이 임박할 때 관련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거나 평가시 대폭 감산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련 의원들의 출당, 자진탈당은 물론 당 차원의 쇄신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범위와 대상자들을 특정하기 어렵고, 사건의 양상이 복잡한 만큼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도부 소속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특정이 될 때마다 의원들을 2명, 4명 이런 식으로 탈당 등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호남 지역 한 초선 의원은 “부동산은 의혹을 제기하거나 소명할 자료가 있는데, 이번에는 ‘돈 받은 의혹’이나 녹취록 언급만으로 해당 의원들에게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구 다른 재선 의원은 “LH 사태 때는 대선 국면이었지만, 이번에는 총선 국면이라 의원들이 탈당 요구 등을 더욱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금 당을 나가면 총선 때까지 돌아오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만큼 지도부나 당사자들의 고민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여러 혐의로 재판 또는 수사를 받는 상황이 민주당이 공천 배제 등의 쇄신안을 내기 어렵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2014~2015년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의원들의 공천을 배제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연이어 발표하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뒤 다른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면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강하게 규정하고 노웅래 의원 사건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이 대표도 스텝이 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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