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선거제 개편 험로 예고한 국회 전원위원회 첫날···‘소선거구·병립형 비례’로 돌아가자는 여당, 비례성·대표성 강화하자는 야당
여의도는 이랬다 2023. 4. 16. 13:22여야가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한 국회 전원위원회 첫날인 10일부터 뚜렷한 구상 차이를 보이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의원 정수 축소·유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했다. 비례대표제 확대에 반대했고, 연동형 비례제보다는 과거 병립형으로의 회귀도 주장했다. 비례제 확대가 불리한 여당의 거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개편 방향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의원들 다수는 연동형 비례제 강화 등 비례대표 확대 목소리를 냈다. 의원 정수 확대 주장도 나왔다. 중대선거구제도 열어 놓았다. 여야가 타협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견해차를 보이면서 선거제 개혁 방향인 대표성 강화와 비례성 확대 방안이 나올지 미지수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여당
국민의힘은 의원 정수 축소, 소선거구제 유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전원위에서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 동결 내지는 축소돼야 한다”며 “비례대표제는 아예 폐지돼야 하고 현행 대통령 직선제하에선 소선구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의원은 의원 정수 축소를, 전주혜 의원은 비례제 ‘원점 회귀’를 주장하며 호응했다. “의원 정수를 국민들의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홍영표 민주당 의원)는 등 야당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운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전원위 개최 전부터 의원 정수 축소를 강하게 주장했다. 여당은 정수 축소 주장 배경으로 ‘민심’을 거론했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 등 수세 국면을 반전하기 위해 의원 정수 축소라는 반정치적 포퓰리즘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상은 민심 이전에 당내 셈법이 자리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 정수 확대가 비례제 확대의 연장선상에서 제시된 만큼 정수 축소 주장으로 비례제 확대의 폭을 좁히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꾸준히 주장해 온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재도입과 결이 맞는 접근이다. 21대 총선 이전 제도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의석 증가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국민의힘에 유리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향신문이 21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비례대표제 도입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의석이 350석으로 증가한 가운데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국민의힘은 15석만 늘어나는 반면 소수 야당은 총 36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다당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은 “전광훈 목사 발언으로 당안팎이 시끄러운데, 다당제를 하면 전 목사 같은 사람이 국회에 공식 진입하는 것”이라며 “당내 다양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양당제 유지가 굳이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전 목사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 등에 관여한 기독자유통일당은 1.83%를 득표했으나 3% 원내 진입 하한선에 막혀 의석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의석은 양당이 나눠가진다 해도, 민주당은 호남 지지세가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은 영남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낮아 지역 의석을 일부 민주당에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민의힘이 현재 전체 의석 과반인 수도권에서 열세, 강원·영남 소재 농촌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지역구 통합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례제 확대하자는 야당
이날 토론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비례제 확대와 의원정수 축소 반대로 모아졌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비례의원 비율은 최소 총정수의 4분의 1인 75석은 돼야 한다”며 “지역구 의석 28석을 줄이고 이를 비례의원에 할당하도록 결단하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명분은 비례성와 대표성 강화이다. 의원 정수가 늘고, 야당이 요구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의원정수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같은 주장이 당 차원의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직은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을 뿐 지도부 차원의 조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의당의 선거제 개편 방향은 명확하다. 양당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도 국민이 지지해 주신 만큼 의석수를 얻고 싶다”라며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과 불평등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세상의 변화를 앞당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의석 수에) 100% 반영되는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가 최선이지만 현행 제도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아진다면 그 어떤 제도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동시에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치열하지 못한 의원들
나흘로 예정된 전원위원회의 시작을 알린 이날 회의에서 28명의 여야 의원은 백가쟁명식 선거제 개혁안을 역설하며 여론 호소전을 폈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한 3가지 결의안이 ‘토론 주제’였지만,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 등 개성있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여야 교대로 바통을 이어받은 의원들은 7분 간격으로 발언했고, 때때로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도 곁들여 집단 야유나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발언을 듣지 않고 책을 읽거나 주변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의원들도 있었다. 다수 의원들이 회의 중 자리를 뜨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토론 초반만 해도 200명 넘게 들어섰던 본회의장은 2시간 만인 오후 4시께에는 3분의 1 수준인 60여명으로 줄어 있었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해 선거제 개혁안을 짜자는 여야의 다짐이 무색한 장면이었다.
여야 지도부도 회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후 3시 이전 자리를 비웠다. 이 대표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개정지원을 위한 포럼에 참석했다. 의원 정수 축소를 공론화했던 김 대표는 회의장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결국 중간에 자리를 떴다. 여야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자리를 비웠다가 전원위가 끝나기 전에 돌아와 있었다.
이날 전원위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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