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란 블랙홀에 여전히 갇혀 있다”

“지도부, 단일대오 외에는 전략 제시 못해”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지도부 쇄신해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메시지의 위력도 떨어졌다. 여권이 제기한 ‘방탄 프레임’에 당이 강조해온 ‘민생 제일주의’는 가려졌다.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지만 시민의 눈길은 야당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내부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범 반년을 넘긴 이재명 대표 지도부에 대해 “결과적으로 사법리스크라는 블랙홀에 여전히 갇혔지만 검찰에 맞선 단일대오 외에 별다른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의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및 체포동의안 제출을 “예정된 미래”라고 표현하며 “전략보다는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불체포특권 포기와 당 지도부 대폭 쇄신 등을 요구했다.

1990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4기 의장을 지낸 ‘86세대’인 송 의원은 광주 서구갑 재선 의원이다. 20대 대선 국면이던 2021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광주시당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며 친이재명계 일색 지도부 구성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에 대해 “속내가 복잡하고 괴롭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다가올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민주당 심판론이 혼재하며, 수도권 표심도 한두 번의 변화로는 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30표 넘는 이탈표를 예상했나.

“예상 못 했다. 기권·무효표가 20표인데 주목한다. 체포동의안 가결은 안 되지만 앞으로의 대응은 달라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당내에 전한 것이다. 국민에게는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표결 후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줄지 않았나.”

-당 지도부는 원인을 미흡한 소통에서 찾고 있다.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가 비주류 의원을 20명 넘게 일 대 일로 만났다. 이 대표가 의원들의 직언을 주로 신중하게 들었다고 하는데 듣고도 고민하는 느낌을 아직까지 못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지도부의 소통은 형식적으로 끝났다고 본다.”

-이탈표가 당 분열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분열의 단초가 아니라 민심을 획득해 나가는 단초로 삼아야 한다. 169석의 거대 정당에서 이탈표 30표가 나왔다고 당이 분열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총선 공천 우려를 표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명계가 공천 못 받을까 봐 움직였다’는 친명계 주장도, ‘이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비명계 주장도 더는 없었으면 한다. 우리 당이 지금 공천을 받는다고 총선에서 당선이 보장되는 한가한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공천 문제를 이번 표결 결과와 연결하는 것은 뭔가를 잘못 알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동료 의원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다.”

-당에서 현 체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왜 나오지 않는가.

“문재인 당대표 시절 갈등이 극심했고 분당으로 이어졌다. 그때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당원과 의원들이 몸서리를 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당이 일치단결했고 집권당이 되면서 각자 말을 낮추는 분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당 체질이 바뀐 면이 있다.”

-열성 지지자들 반발에도 의원은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힘(계열 정당)이 강경한 목소리에 포획되면서 2017년 19대 대선 패배 후 2020년 21대 총선 전까지 연이어 패배했는데 지금은 우리 당이 더 그런 면을 보인다. 그럼에도 지혜롭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용기 있게 결정하고 발언하는 것이 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탈표는 분열 아닌 민심획득 위한 단초”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심판 아직 안끝나”
“수도권서 패할 정당 호남이라고 지지할까”

 

-당 지도부에게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이 대표 취임 후 검찰 수사는 ‘예정된 미래’였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지금까지 단일대오 외에 별다른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략 전술보다는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 대표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분명히 하고 싶은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조언 중에는 ‘(검찰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이 대표 구속을 주장하니 과감하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승부를 보자’는 것도 있었다. ‘원 보이스(친명계 일색)’로 구성된 당직을 상상 이상으로 과감하게 쇄신하는 것도 필요하다.”

- 당이 추진하는 ‘쌍특검’은 어떻게 보나.

“정의당과 공조하면서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당 대표가 방탄을 두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죄를 이야기하면 얼마나 힘이 있을까. 힘을 얻지 못하고 지루한 참호전만 계속될 뿐이다.”

- 호남의 최근 민심은 어떤가.

“광주 KBS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광주·전남 만18세 이상 1606명에게 조사한 결과 이 대표의 호남 지역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24.2%였다. 이는 같은 기관의 지난해 12월27~28일 조사(광주·전남 만18세 이상 1611명 대상) 때의 36.4%보다 12.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없다·모름 응답률 합도 같은 기간 43.9%에서 57.7%로 올랐다. 호남의 속내가 복잡하고 괴롭다고 본다.”(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2년 동안 민주당은 한 발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후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끝났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민주당 심판론이 혼재할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에서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한두 번의 변화로는 어렵다. 수도권에서 패배할 정당, 호남만으로 고립될 민주당을 호남이 지지할까.”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