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소하긴 할 겁니다. 불편할지, 즐거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 박신양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최초 연극적 전시’를 표방한 전시의 기자간담회를 연 박신양은 “연극적 시도가 특별히 대단하지는 않다”면서도 “제가 연극을 했기 때문에, 연극적 전시가 왜 좋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어떤 효과를 줘서 흥미를 유발하고, 평면적이지 않은 느낌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신양이 그림을 그린 지는 14년쯤 됐고, 개인전을 여는 것은 두번째다. 2023년 경기 평택시 엠엠아트센터에서 연 전시의 제목 역시 ‘제4의 벽’이었다. 연극 용어이기도 한 ‘제4의 벽’은 관객과 연극 무대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뜻한다. 당시 전시는 1층 작업실에서 박신양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위층의 난간에서 관람객이 내려다보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됐다.

같은 전시장 구조를 구현할 수 없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조금 달라졌다. 높은 층의 작업실을 구현하지 못했고, 여느 회화 전시회와 비슷하게 높이가 2m 넘는 대형 그림을 포함한 작품 약 150점이 벽에 걸렸다. 그러나 전시장에 작업실의 ‘정령’들이 돌아다닌다는 점이 다른 전시와 다르다. 광대 분장을 한 정령들은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무대에서 “광대로 살았다”고 한 박신양의 설명이 겹쳐진다. 박신양은 “미술관 전체는 제 작업실이고, 작가가 자리를 비울 때 작업실에는 물감 붓과 그림의 정령들이 살아난다”며 “<호두까기 인형>의 설정과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의 벽면에는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거푸집 유로폼이 설치됐다. 한 장에 20㎏인 유로폼이 1500장 쓰여 그림의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것 또한 작업실을 전시장에 옮겨 놓으려 한 박신양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박신양은 “관객들이 전시장 안에서 스토리를 조합해 가는 방식을 전시에 도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신양의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전과 다르지 않다. ‘그리움’은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였고, 이번 전시에도 나타난다. 박신양은 “그리움은 어디에서 왔으며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인지 연구했다”며 “조금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움과 표현에 대한 그의 천착은 신간 <감정의 발견>을 포함해 그가 써낸 세 권의 미술 관련 서적에도 담겨있다.
자신의 그림을 팔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그림을 팔다 보면, 그 외의 얘기를 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그 이외의 얘기를 찾고 싶고, 제가 찾은 얘기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평택항 가까이에서 열렸던 첫 전시와 달리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박신양은 “더 많은 분들이 쉽고 편하게 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전시는 보는 이들이 ‘나도 그림 그려보고 싶다’, ‘풍성한 연극이나 공연을 본 것 같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5월10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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