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이 서울 시내 취약계층의 ‘씻을 권리’를 지키고, 극한 날씨를 피할 수 있는 피난소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작한 쪽방촌 주민 목욕탕 지원에 연간 2만2777명이 다녀갔다고 7일 밝혔다. 월평균 1898명이 이용한 셈이다.
쪽방촌 주민 1332명을 조사한 결과 목욕탕 이용권을 사용했다는 비율이 71.3%나 돼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씻는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용 만족도는 96.1%에 달했다.
특히 목욕탕 중 3곳은 여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밤더위 대피소로, 4곳은 한파에 밤추위 대피소로 활용됐다. 이에 폭염 기간(60일) 1182명이, 한파 기간(60일) 1929명이 극한 날씨를 피해 잠을 이뤘다.
다만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한 주민(52명) 중 30.9%는 ‘이동이 번거롭다’고 답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쪽방촌 주민들이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내 43개 식당에서는 지난해 총 64만2080끼를 제공했다. 지난해부터 낙인이나 시선에 따른 불편을 없애기 위해 종이 식권을 내거나 수기로 대장을 작성하는 대신 식비 8000원이 충전된 전자급식카드를 지급하고 이를 현장에서 결제하도록 했다. 현재 카드 배부율은 85.5%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급식카드 결제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식당뿐 아니라 목욕탕 이용에도 도입할 방침”이라며 “급식 결제 내역은 개별 확인을 통해 3일 이상 결식했거나 이용 패턴이 달라진 주민은 쪽방상담소 돌봄매니저나 간호사 등이 안부를 확인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 업주의 만족도 역시 높아 올해는 참여 가게를 49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적인 역할을 하게 된 식당과 목욕탕이 지속될수록 지역 사회를 통합하는 예상치 못한 효과도 내고 있다”며 “주민들과 사업주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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